“가영아, 아빠한테 연락 좀 해봐.”
저녁을 준비하던 엄마가 말했습니다. 아빠는 일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가 계셨습니다.
“내가? 엄마가 해요.”
“한번 해봐.”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잘 계시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잘 있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이번 달에 집에 오는지 묻자 아빠는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왜? 용돈 필요해?」
「내가 아빠 찾으면 용돈 필요한 건가.ㅋㅋ」
「아빠가 주고 싶어서 그래. 딸 더 크면 못 주잖아.」
당시에는 웃어넘겼던 문자 내용이 며칠이 지나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아빠는 왜 저에게 다른 것보다 용돈 필요하냐는 말을 먼저 물었을까요? 과연 나는 아빠에게 어떤 딸일까 생각해 보니 금방 답이 나왔습니다. 저는 아빠에게 살갑게 먼저 말을 건넨 적도, 눈을 마주 보며 웃은 적도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용돈을 주실 때만 어색하게 다가갔습니다. 용돈 필요하냐는 질문은 그런 딸에게 할 수 있는 아빠만의 사랑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아빠에게 죄송합니다. 가족을 위해 타지에서 외롭게 일하는 아빠를 제가 더 쓸쓸하게 만들어서요.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아빠를 사랑하는 제 마음을 자주 표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