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가족의 울타리

새벽 3시.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무슨 소리가 들려 눈이 떠졌다.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갔더니 아빠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빠, 왜 이렇게 일찍 나가요?”
“회사에 일이 생겨서 당분간 새벽에 나가야 돼.”
‘당분간’이라고 해서 3일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빠의 새벽 출근은 계속됐다. 새벽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아빠가 걱정스러웠다. 몇 달이 흐르자 그 마음도 점점 사라졌다.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나는 학교에서 공부 중, 내가 집에 오면 아빠는 수면 중이었다. 아빠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그날도 아빠는 잠들어 있었다. 허기를 채우려고 부엌으로 갔더니 김밥 한 줄이 보였다.
“엄마, 이게 웬 김밥이에요?”
“어, 아빠가 점심에 먹고 남은 거야.”
아빠는 새벽부터 바쁘게 일하느라 점심을 제대로 챙겨 먹을 여유조차 없어서 그동안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셨던 것이다. 아차 싶었다.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아빠를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아빠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했다. 어떻게 하면 아빠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약국에서 피로해소제를 사서 편지를 적어 아빠 가방에 넣어두었다.
다음 날, 학교를 마치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문자메시지가 왔다. 아빠였다.
「아들, 아빠 지금 학교 근처인데 데리러 갈까?」
「넵! 마침 버스 기다리던 참이에요.」
아빠는 금세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차에 타고 보니 조수석에는 아빠가 먹다 남긴 김밥이, 운전대 옆에는 휴대폰이 있었다. 아빠의 휴대폰 배경화면을 보고 눈물이 나오려 했다. 휴대폰 배경화면은 내가 아빠에게 쓴 편지였다. 아빠는 내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틈날 때마다 편지를 읽었을 것이다.
아빠의 삶은 우리 가족을 위한 삶이었다. 아빠의 수고로움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었고, 아빠가 든든한 울타리처럼 가족을 지켜왔기에 오늘의 우리 가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아빠의 희생을 지금껏 너무 당연시했다. 이제는 내가 아빠의 울타리가 되고 싶다. 모진 바람이 불어도 아빠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단함에 지친 아빠의 얼굴에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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