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그때 그 시절>
초등학생 시절: 과유불급
Episode 1아빠가 할머니(아빠의 엄마)께 100원만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동전 모아놓는 통에서 꺼내가라 하셨다. 아빠는 잔뜩 쌓인 동전을 보고 욕심이 생겨 몰래 100원을 더 집어 총 200원을 챙겼다. 조용히 나가기만 하면 성공이었는데 아빠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동전을 짤랑짤랑 흔들며 나갔다. 100원이었으면 소리가 안 났겠지만 동전 2개가 부딪치는 소리 때문에 할머니께 들켜 된통 혼나고 200원은 회수됐다. 100원 더 가지려다, 필요한 100원마저 뺏겼다는….
Episode 2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데 동네 어르신이 무거운 짐을 들고 계셔서 친구들과 같이 들어 드렸다. 어르신께서는 고마우셨는지 붕어빵을 사 먹으라고 10원을 주셨다. 당시 10원은 붕어빵 2개를 사 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아빠는 본인이 먼저 나섰고, 제일 열심히 짐을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이 붕어빵을 가장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명의 친구들에게 붕어빵 하나를 3등분으로 나눠 먹으라 하고, 다른 붕어빵 하나는 아빠 혼자 허겁지겁 먹었다. 그런데 하필 그 붕어빵이 상한 것이었다. 친구들은 멀쩡했지만 아빠는 그날 밤 배탈이 났다. 이후로는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됐다.
Episode 3
자전거를 타다가 심하게 넘어져서 팔이 부러졌다. 어린 마음에 수술비가 많이 들어 집에 돈이 없어질까 봐 조마조마하며 끙끙 앓았는데, 알고 보니 간단한 치료라 돈도 많이 안 들고 너무 빨리 나았다는 허무(?)한 이야기.
중학생 시절: 부산시 대표 핸드볼 선수
episode 1아빠가 중학교 1학년 때 부산시 대표 핸드볼 선수로 뽑혔다. 큰 경기에 처음 나간 날. 상대 팀은 핸드볼과 겸해 농구까지 하던 팀이라 아빠 팀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듯 키 차이가 크게 났다. 거기다 관중들의 응원 소리와 밝은 조명에 엄청 긴장했다. 결국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지금은 다 추억이라고.
Episode 2
전국 소년체전 준결승전에서 마지막 10초를 남겨두고 한 골 차이로 지고 있었다. 정말 영화처럼 기적적으로 아빠가 수비를 뚫고 골키퍼도 뚫고 골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에서 2점 차로 승리!

빽(?) 있는 중학교와의 시합. 아빠 팀이 결승전에서 2점 차로 앞서고 있는데 마지막 2분을 남겨두고 시간이 넘어가지를 않았다. ―그때는 디지털이 아니라 수동으로 종이를 넘겨 시간을 알려줬다고 한다.― 나중에 들으니 10분 동안 경기했다고…. 어쨌든 아빠 팀이 이겨서 회식을 했다고 한다.
군대 시절: 유격 다이어트
Episode 1아빠는 젊은 시절부터 덩치가 큰 편이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일주일 동안 유격훈련을 하고 7㎏이 빠졌다. 두 달이 지났을 때는 무려 10㎏이 더 빠졌다. 제대하고 나서는 빠진 17㎏에 살이 더 붙어 지금의 몸이 되었다. (ㅠ_ㅠ)
군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든 군인분들 파이팅!
Episode 2
울산에서 일명 기름부대에 복무하셨다. 다른 지역 부대에 기름을 전달하는 일이 주 업무였는데, 기차에 기름을 실어 강원도 춘천까지 보낼 때 아빠도 같이 춘천으로 가 수량을 확인했다. 울산과 춘천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지만 수량 확인 작업이 아주 힘들었다. 지금이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쉽게 정리해서 확인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종이에 손으로 일일이 표를 그려서 내용을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참 좋아진 것 같다.
지금: 아빠와 나
Episode 1아빠랑 나는 많이 닮았다. 피부색부터 눈, 말투, 성격, 식성, 심지어 살찌는 부위까지! 갑자기 먹고 싶은 것이 생겼다고 말하면 아빠도 그 생각 중이었다고 하실 때가 많다.(소름) 이렇게 입맛을 쏙 닮아서 내가 뭘 먹고 있으면 그 음식이 꼭 아빠도 좋아하시는 거라 뺏긴다. 물론 나도 뺏어 먹는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사갈 때 “아빠 뭐 드실 거예요?”라고 물으면 “네가 먹고 싶은 거”라고 대답하신다.
Episode 2
아빠 덕에 내 책상 밑은 보물창고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간식거리를 사서 넣어두시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역시 우리 아빠다. 힘내서 열심히 공부하겠다.

<엄마의 그때 그 시절>
초등학생 시절: 좌충우돌
Episode 1엄마는 김천의 시골 마을에서 1남 3녀 중 장녀이자 둘째로 태어났다. 공부에 영 흥미가 없어서 수업을 못 따라가는 바람에 매일 학교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다. 할머니께서 하교하는 엄마 친구들에게 “우리 현숙이는?” 하고 물어보시면, 늘 들려오는 대답이 “현숙이 나머지 공부해요!”였다고….
Episode 2
가족들과 냇가에 놀러 갔다고 한다. 엄마가 어른들의 눈을 피해 혼자 냇가 다리 밑에서 놀다가 물살이 센 곳에 휩쓸려 빠지고 말았다. 겨우겨우 빠져나와 한숨을 돌리는 순간, 물뱀이 고개를 들고 엄마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엄마는 땅까지 필사적으로 뛰어 물뱀을 따돌렸다. 짧은 시간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긴 셈이다. 그때는 마냥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느낀단다. 내 심장이 다 쫄깃하다. 덜덜.
중고생 시절: 독립을 꿈꾼 사춘기 소녀
Episode 1중학교 2학년 때 사춘기가 와서 가출을 했다. 하지만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촌 동네였기 때문에 집을 나가봤자 그 동네였다. 밤이 되어도 자기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슬쩍 집으로 갔다. 이미 집 안의 불이 다 꺼지고 대문은 잠겨 있었다. 그때 오빠(나의 외삼촌)가 나와 문을 열어줘서 집에 들어갔다. 다음 날,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 모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처럼 일하러 나가셔서 민망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직도 엄마의 가출 사실을 모르시는 듯하다.
Episode 2
막내 이모를 제외하고 외삼촌, 엄마, 이모가 학교에 다닐 때 할머니는 매일 도시락 3개를 싸셨다. 겉보기에는 다 같은 도시락이었지만 장남인 외삼촌의 도시락에는 밥 사이에 계란 프라이가 끼어 있었다. 착한 외삼촌은 할머니 몰래 매일 번갈아가며 엄마, 이모와 도시락을 바꿨다.―그래서 외삼촌 키가….― 그때는 외삼촌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고 한다.
Episode 3
농사짓는 집안이라 일꾼이 재산이었다. 엄마가 그 재산이었다. 어릴 적부터 포도, 복숭아, 자두, 깻잎, 고추, 쌀 농사를 도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밭에 나갔다. 시험 기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학교가 일찍 끝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좋아하셨다. 밭일을 마치고 시험 공부를 하려고 하면 너무 피곤해 눈이 저절로 감겼다. 잠깐만 누웠다가 공부해야지 하고 눈을 감았다 뜨면 이미 아침이었다.
공부보다 일을 많이 해서 최대한 빨리 독립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열아홉 살에 취업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힘들었지만 농사보다 훨씬 행복했다고 한다. 사회에 빨리 나가 인생의 쓴맛을 빨리 본 만큼 엄마는 일찍 성숙해졌다.
지금: 엄마와 나
Episode 1나는 이상하게 엄마 앞에만 서면 거짓말을 못한다. 철저하게 연습(?)하고 갖은 핑계를 생각해놓아도 엄마와 이야기하다 들켜 결국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엄마에게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느낌으로 알지. 내가 너를 낳았다!” 하신다.
Episode 2
엄마는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도 다 아신다. 엄마를 놀래키려고 뒤에 서 있는 것도, 방금 만든 반찬을 몰래 집어 먹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이 말을 굳게 믿었다.
“어허! 엄마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어!”
Episode 3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엄마가 뜬금없이 내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정민아, 엄마 말 잘 들어. 너는 사실… 하늘의 천사였단다.”
그리고 다음 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다. 가끔 가족끼리 다 함께 누워 천국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별나라에 놀러 가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자고 약속했다. 상상만으로도 두근두근.
‘아빠는 원래부터 아빠였고, 엄마는 원래부터 엄마였겠지’ 생각하며 아빠 엄마의 어린 시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아빠 엄마도 귀엽고 엉뚱했던 시절, 엉성했던 시기를 겪어 어른이 되었다. 당연하지만 새삼스럽고 신기하다. 추억을 회상하는 아빠 엄마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했다. 시간이 지나 지금 이 순간도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