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일터에 있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니 길고양이들이 점심시간마다 엄마를 기다린다고 한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기른다. 엄마는 원래 고양이 키우기를 반대했다.
내가 졸라서 고양이를 데려오고부터는 나보다 엄마가 더 좋아한다. 고양이도 나보다 엄마를 더 좋아한다.
엄마가 없을 때는 나한테 애교부리다가도 엄마가 오는 순간 나를 삭 모른 척한다.
나도, 고양이도 좋아하는 인기쟁이 우리 엄마. 고양이에게 엄마의 사랑을 뺏기지 않겠다!
엄마, 저랑 이야기해요!
Q. 엄마, 어릴 때 이야기 해주세요.
70년대, 한창 나라가 발전하던 때라 다들 먹고사는 데 바빴지. 엄마 집도 사는 게 빠듯했어. 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벼농사 지을 때 엄마도 벼 심고, 소 키우고, 나무하러 다니고 그랬어.Q. 그럼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나요?
할머니가 멀리 일하러 가느라 며칠 동안 집을 비우신 적이 있어.그때 할아버지가 가마솥에다가 빵을 구워주셨는데 정말로 맛있었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네. 친구들이랑 사과 서리해서 먹기도 했고. 참 재미있었는데.

Q. 학창 시절은 어땠어요?
엄마는 조용히 지냈어. 중학교 2학년 때 맹장이 터져서 수학여행을 못 갔던 게 아쉽긴 하지만. 너무 가고 싶었거든. 아! 엄마가 딱 한 번 집을 나갔었어. 당일치기(?)로 잠깐 나갔는데도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더라. 할아버지 할머니는 감정 표현을 많이 안 하시는 분들인데 엄마가 집 나간 걸 아시고는 많이 우셨대.고등학생 때는 낮에 일한다고 야간고를 다녀서 추억이 별로 없어.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엄마랑 언니랑 같이 일을 시작했지. 2~3년 동안 타월 공장에서 가위질을 했는데 시급이 적었지만 고스란히 가계에 보탰지. 너희 삼촌 대학도 보내고.
Q. 그럼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하셨어요?
안 해본 일이 없지! 섬유 공장에서도 일해보고, 우유 배달, 목욕탕 일이랑, 장애인 활동보조도 해봤어. 다 너 키우려고.(기억난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하루에 일을 3개씩 했다. 새벽에 우유 배달을 하고, 오후에는 장애인 활동보조, 저녁에는 목욕탕 일을 했다. 그때는 엄마가 나보다 일을 더 좋아하고,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서 엄마에게 자주 짜증을 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철이 없었다. 엄마는 나를 키우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누구보다 힘들었을 엄마는, 내 앞에서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도 엄마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한다.)
Q. 그런데 엄마, 우리 집 고양이들이 좋으시죠?
우리 이쁜 아가들이지.Q. 잘 알겠습니다만, 고양이 그만 만지고 인터뷰 좀 합시다!
그래, 안 만진다 아이가!(하면서 장난감 가지고 고양이와 놀아주는 엄마.)
Q. 큼큼.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고양이, 커피. 그리고 우리 딸! 갑자기 물어봐서 생각이 잘 안 나네.
Q. 싫어하는 것은?
말장난. 예의 없는 것.Q. 엄마의 버릇은요?
똑같은 말 되풀이하기. 네가 맛있다고 하면 그 음식만 며칠 동안 계속 해주는 것.(찔림. 내가 평소에 엄마에게 했던 말이었음. 엄마 미안.)
Q. 엄마는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특하지. 너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일 다닌다고 따뜻한 밥 한번 잘 챙겨주지 못했는데 이리 잘 커주니 고맙고.Q. 제가 어릴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쇼핑센터에서 잠깐 한눈판 사이에 너를 잃어버렸어. 다행히 어떤 사람이 너를 데리고 있었지. 정말로 그때 심정은 말로 표현 못 해.Q. 사라져서 죄송해요. 그럼 저에게 바라는 점은?
너는 마음이 따뜻하니까 남을 잘 도와줬으면 좋겠어. 교회에서도 봉사 많이 하고. 그리고 엄마가 어린 시절부터 일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해서, 너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서워하지 말고 도전해봐. 실패하면 아프고, 성공하면 기쁘겠지. 어떤 것이라도 다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이런 것들을 네가 젊을 때 겪어봤으면 해.Q. 《소울》에 제 글이나 사진이 올라오면 어떠신가요?
아우, 감사하지! 그리고 뿌듯하지.엄마에게 항상 고맙다. 하지만 표현하지는 못한다.
마음으로는 엄마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수없이 한다. 하지만 입으로는 그 말이 안 나온다.
엄마가 뿌듯해하도록 《소울》의 지면을 빌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