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파티

달력을 보다가 내일이 엄마 생신인 걸 알았다. 다른 사람 생일은 잘 챙기면서 엄마 생신은 모르고 지나가거나 말로만 축하드린 적이 많았다. 이번 생신은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엄마가 집에 들어오시는 새벽 시간에 깜짝 파티를 여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면 케이크를 사야 했는데 내 용돈으로는 어림없었다. 형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형! 돈 좀. 2만 원만.”
“왜?”
“내일 엄마 생신이야. 케이크 사서 엄마가 새벽에 들어올 때 놀래 주려고.”
형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지갑을 열었다.
“자, 3만 원. 네가 좋아하는 케이크 말고, 엄마가 좋아하는 걸로 사.”
이 정도면 돈은 충분한데 다른 문제가 있었다. 엄마가 어떤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엄마는 매번 우리 삼 형제가 좋아하는 것만 사서 같이 드셨으니까. 삼 형제 중 엄마를 그나마 제일 잘 아는 동생한테 물어봤다.
“윤재야, 내일 엄마 생신이더라.”
“진짜?”
동생은 엄마 생신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어차피 나도 달력을 안 봤으면 몰랐을 테니 할 말은 없었다.
“엄마가 어떤 케이크 좋아하시냐?”
“빵집에 가봐야 알 것 같은데.”
동생과 빵집에 갔다. 동생은 케이크를 찬찬히 살피더니 엄마가 좋아할 만한 케이크를 골랐다.
“초는 몇 개 드릴까요?”
빵집 점원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계산기로 겨우 엄마의 나이를 계산해 초 개수를 말했다. 엄마 나이도 모르고 생일 케이크를 사러 온 내가 창피해서 케이크를 받아들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집에 와서 어떻게 엄마를 놀라게 할지 동생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형이 한마디 거들었다.
“케이크에 촛불을 꽂아서 식탁에 올려놓는 거야. 우리는 방에 있다가 엄마가 집에 들어와서 케이크를 보고 깜짝 놀라면 생일 축하 노래 부르면서 나오자.”
형의 의견대로 우리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엄마를 기다렸다. 새벽에 엄마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초에 불을 붙이고 집 안의 불을 껐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가 들어오시지 않았다. 창밖을 내다보니 엄마가 너무 피곤하셨는지 차에서 눈을 붙이고 있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는 우리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힘들게 일하시는데 우리는 엄마에게 관심은커녕 나이조차 몰랐다니….
잠시 후 엄마가 잠에서 깨어 차 문을 여셨다. 우리는 재빨리 케이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방 안에 숨었다. 셋이서 문틈으로 숨죽이며 지켜봤다. 현관문이 열리고, 엄마의 시선이 케이크를 향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엄마는 깜짝 놀라셨다. 오늘이 당신 생일인지도 몰랐다면서.
“엄마! 계획은 내가, 돈은 형이, 케이크를 고른 건 윤재. 우리가 다 같이 준비했어요. 이제 소원을 빌어주세요.”
엄마는 소원을 말하고 촛불을 껐다. 엄마의 소원은 우리 가족이 천국에서도 함께하는 것. 우리는 케이크를 먹으며 긴 대화를 나누었고 모처럼 기분 좋게 잠들었다.
생일마저 잊고 우리 삼 형제를 위해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효도해서 그 사랑을 꼭 보답하고 싶다. 나도 엄마를 정말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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