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끝은 4~5m 높이의 낭떠러지, 그 밑은 물이 가득 고인 논이었습니다. 경사 때문에 서서히 굴러가던 차는 가속도가 붙어 점점 빨라졌습니다. 저희는 어찌할 바 모르고 울고불고하며 창문을 두드려 엄마를 불렀습니다. 엄마가 휴대전화를 내팽개치고 달려왔습니다. 문을 열고 저희를 다 꺼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엄마는 차 옆을 잡고 차를 멈추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창밖으로 본 엄마의 얼굴은 새빨갰습니다. 차는 야속하게 계속 낭떠러지로 향했습니다. 엄마는 더 힘껏 차를 잡아당겼습니다.
갑자기 차가 덜컹했습니다. 앞바퀴가 낭떠러지에 빠진 것입니다. 누가 손가락만 대도 차가 곧바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공포감에, 저와 동생들은 온몸을 벌벌 떨었습니다. 엄마는 미끄러지는 차를 붙들고 끝까지 사투를 벌였습니다. 마침내 차가 멈췄습니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엄마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저희를 꺼냈습니다.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정자에 앉아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겨우 진정하고 낭떠러지 쪽을 봤습니다. 차가 낭떠러지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보다 제 옆에 있는 엄마가 더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엄마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며칠 전에 새로 산 등산용 샌들은 다 뜯겨 너덜너덜했습니다. 아이가 셋이나 탄 승합차를 두 발로 지탱하려 했으니 신발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남아날 리 없었겠죠.
30분쯤 지나 아빠가 견인차와 함께 왔습니다. 차는 즉시 견인됐고, 엄마는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습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저는 이 말을 확신합니다. 몸집이 작고 약한 엄마가 자신의 몸보다 수십 배가 넘는 차의 무게를 홀로 버텼으니까요. 그날 제가 보고 겪은 엄마의 사랑처럼, 세상 모든 엄마들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초능력과 같은 초인의 힘을 발휘하고 있을 겁니다. 엄마의 듬직한 보호 아래 저의 하루는 언제나 ‘이상 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