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는 학생자치회 회의 중에 옛날 교복 입기 행사를 추진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예전 학생의 날)’을 맞아 만화나 영화에서만 보던 1970년대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행사였습니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있는 줄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행사를 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습니다. 예산과 행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했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의 허락이 필요했습니다. 저희는 의상 대여비와 촬영 장소를 조사하고, 시간 계획과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세워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했습니다.
예전에는 학생이 먼저 나서서 선생님을 설득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너희는 아직 어려서 잘 몰라” 하시며 저희 의견을 어리광 정도로 여기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그날 발표하면서도 선생님들이 우리 생각을 알아주실지 걱정이 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니”, “이 부분은 이렇게 보완하면 좋겠다”며 의견을 적극 수용해 주셨습니다. 다음 일들은 일사천리였습니다. 선생님들이 나서서 학부모님들에게 행사에 관해 알렸고, 교장 선생님도 “선생님들은 너희 편이야. 해보고 싶은 것 꼭 해봐” 하시며 우리를 응원하셨습니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쳐졌고, 이후로도 세월호 피해자 추모 행사나 학교 축제, 졸업식 등 많은 행사를 학생들이 주도해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저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내 의견을 안 들어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다가도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이 생겨 자신 있게 생각과 의견을 제시하게 됩니다.
누군가 나를 믿고 응원해 줄 때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저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분명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도 있고 무엇보다 하나님이 함께 계십니다. 저도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