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하루는 나를 위한 25시간

고1 때 갑자기 체중이 불었습니다. 저도, 엄마도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찐 거라고 웃어 넘겼습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이 병원에 한번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와 함께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큰 병원으로 가라는 겁니다. 얼떨떨해져서 다시 큰 병원으로 가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고,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됐습니다.
‘우아, 드디어 나도 환자복 입고 링거도 맞아보는구나!’
입원이란 말을 듣고 마냥 들떠서 엄마에게 “나 환자복 입는 거야? 병원에 며칠 있어?” 하고 물었습니다. 엄마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날,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로 한시라도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엄마의 표정을, 눈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엄마는 당신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을 키웠다고 제게 미안해했지요.
수술 시간이 다가올수록 무서워서 수술 안 하면 안 되냐고 엄마에게 떼를 썼습니다. 엄마는 제가 침대에 누워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손을 꼭 잡아주며 “잘될 거야”, “아무 일 없어, 괜찮아” 하고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풀려 눈을 떴습니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아픔이 배에서 느껴졌습니다. 말은커녕 숨도 못 쉴 정도였습니다. 회복실로 옮겨지자마자 엄마가 헐레벌떡 뛰어왔습니다. 제 얼굴과 손을 매만지며 괜찮다, 수술 잘됐다면서 우는 저를 달랬습니다.
엄마의 딸 수발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곧바로 물을 먹을 수 없었기에 제 입이 마를 때마다 엄마는 손수건을 적셔 입을 축여주었고, 제가 자다가 작은 신음 소리라도 내면 벌떡 일어나 어디가 불편하냐고 걱정했습니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좁은 간이침대에서 지내면서 많이 지치고 피곤할 텐데 엄마는 제 옆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모든 관심을 저에게 쏟았습니다.
“간이침대에 있기 힘들지? 나 때문에 엄마만 힘드네. 내가 안 아팠으면 엄마가 이런 고생 안 하는데. 미안해.”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엄마는 오랜만에 딸하고 맨날 붙어 있어서 좋기만 한데.”
엄마가 아파서 집안일을 부탁할 때 저는 기꺼이 하지도 않았고, 아픈 엄마에게 밥 한번 차려드린 적도 없습니다. 엄마가 아파도 내 일만 신경 쓰고 투정 부렸습니다. 엄마의 아픔에 무심하고, 엄마의 관심을 간섭으로 여겼던 지난날이 너무 부끄러워 가슴 깊이 반성했습니다.
아픈 딸을 위해 잠도 쉼도 잊고 하루 24시간도 부족해 25시간을 할애한 엄마. 철없어도 딸이라는 이유로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엄마에게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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