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시온에서 남학생들끼리 팔씨름을 했습니다. 약골이라 힘쓰는 일에는 늘 빠졌던 저도 그때만큼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참패. 그렇게 저는 ‘남학생 최약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최약체인 제가 아빠의 팔을 넘어뜨리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어릴 적, 아빠가 공구를 만지거나 집에서 기계를 고칠 때면 옆에서 아빠를 지켜보다 저도 드라이버를 잡고 나사 조이기를 따라 했습니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나사를 조이고 나면, 아빠가 다시 한번 나사를 조였습니다. 나사는 몇 바퀴씩 더 돌아갔습니다.
‘이상하다. 나랑 아빠는 힘이 비슷한데 왜 아빠가 나사를 조이면 더 돌아가지?’
커가면서 알았습니다. 아빠는 제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항상 팔씨름을 져주셨다는 것을. 그래도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아들, 정말 강하다. 아빠도 아들을 못 이기겠네.”
힘이 약해도 아빠의 말에 항상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친구들 앞에서 “아빠랑 팔씨름해서 이겼다!” 자랑하며 어깨 좀 펴고 다녔습니다.
아빠는 혼자 시골에 다녀올 때마다 쌀, 채소 등 무거운 짐을 손에 한가득 들고 오십니다. 혼자 들기에는 벅찬 무게입니다. 저도 몇 번 들어봤는데 3초 이상 들고 있기 힘듭니다. 현관에서 베란다까지 옮기는 것만 해도 상당히 낑낑거립니다. 하지만 아빠는 조금도 힘들어 하지 않으십니다.
아빠의 힘은 신기합니다. 아들에게는 약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짜잔 하고 나타나 힘든 일을 다 해결합니다. 저는 저를 위해 힘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아빠는 가족을 위해 힘을 씁니다. 아무리 버거운 일이라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버티고 결국에는 난관을 넘어섭니다. 저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힘입니다.
아들의 기를 살려주려 당신의 힘을 감춘 아빠. 가족을 향한 아빠의 사랑이 다하는 날까지 아빠의 힘은 용수철처럼 계속 줄었다 늘었다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