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방학이라 집에서 쉬고 있던 나에게 엄마가 말했다.
“내일 엄마가 내시경 검사하러 병원에 가는데 보호자가 있어야 한대. 아빠는 바쁘시니까 네가 같이 가줘.”
엄마가 무심한 말투로 말해서 나도 대수롭지 않게 답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와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는 검사실로 들어갔고 나는 밖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내시경 검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몰랐던 나는 엄마가 금방 나오지 않자 슬슬 걱정됐다. 엄마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 씨 보호자 분,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부름에 엄마가 있는 수면실로 들어갔다. 수면 마취를 했던 엄마가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했던 수많은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취가 다 풀린 후 의사 선생님은 내시경 녹화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는 내내 혹시 엄마에게 문제가 있을까 봐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호자의 입장이 되어봐서 많이 떨리고 초조했다. 생각해 보니 엄마 아빠는 지금껏 내가 아플 때, 어떤 동의가 필요할 때 등 모든 일에 나의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그때마다 엄마 아빠도 지금의 나처럼 초조하고, 긴장했을 텐데…. 누군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지 몰랐다. 그럼에도 엄마 아빠가 기꺼이 나의 보호자가 되어주는 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의 보호자로서 언제나 나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부모님의 말씀을 잔소리로 여기고 제멋대로 굴 때가 많았다. 온갖 위험과 아픔 속에서 나를 지켜주고픈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는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듣고 따라야겠다. 엄마 아빠는 나의 가장 든든한 보호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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