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랑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을 관람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할머니와 엄마뻘 되는 어른들의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나는 전시된 글과 사진, 소품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울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엄마는 관람하는 내내 무덤덤했다. 작품들을 그냥 쓱 훑어보고는 전시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재미가 없나? 별 감흥이 없나? 고개만 갸웃거렸다.
“엄마, 전시회 어땠어?”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눈물 안 났어?”
그제야 엄마가 입을 열었다.
“주저앉아서 펑펑 울 것 같더라. 할머니가 너무 생각나서 한번 울면 계속 울까 봐 참았어. …윤주야, 엄마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엄마는 안 운 것이 아니라 못 운 거였다. 할머니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릴까 봐.
할머니는 예순도 되기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도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많아 종종 할머니가 그리워지는데, 엄마는 오죽할까. 할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사진 한 장, 글 한 편 제대로 못 볼 정도로 그리울 것이다.
할머니의 딸은 이제 우리 삼 남매의 엄마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엄마가 할머니를 그리워하듯 나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날이 오겠지?
엄마가 지금 내 옆에 있어 참 감사하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다. 지금의 나로서는 엄마의 그리움을 다 알지 못하지만, 꿈에서라도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