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발목을 보고 경악하신 엄마는 아빠가 집에 오시자마자 저를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절뚝이며 걸으면 속도가 나지 않아 오른발로 뛰어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왼발만 빼면 컨디션이 아주 좋았기에 발랄한 움직임이었습니다. 멀쩡히 서기는 힘들어서 오른발에 체중을 실어 비스듬히 섰습니다.
아빠는 제 발목을 유심히 보셨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도 오른발로 겅중겅중 뛰었습니다.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아빠는 제가 안돼 보였는지 어깨를 숙이고 저를 부축하셨습니다. 한 발로 뛸 때보다 속도가 안 나서 답답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빠와 그리 친하지 않아서 아빠의 걱정도, 부축도 어색했습니다.
“아빠, 그냥 혼자 뛰는 게 낫겠어요.”
아빠를 살짝 밀어내고 한발로 뛰려 하자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안되겠다, 업히자.”
등을 수그린 아빠에게 얼떨결에 업혔습니다. 저는 몸이 튼실합니다. 평소 같으면 몸무게 많이 나간다며 퉁을 주셔야 하는데, 아빠는 아무런 내색 없이 저를 업고 가셨습니다.
아빠에게 업힌 기억은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다 커서 아빠에게 어부바라니…. 사실 아빠에게 업힌 여름밤 그 짧은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 아빠는 늘 엄마에게 밀리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알았습니다. 아빠의 등이 얼마나 편안한지, 아빠가 저를 얼마나 아끼시는지요. 아직까지 낯간지러워 아빠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다 큰 딸을 업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빠의 넓고 따뜻한 등을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