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진

입가에 빨간 점이 생겼다.
‘요 며칠 이래저래 바쁘게 보냈더니 피곤했나.’
귀찮아서, 병원에 가기 싫어서 빨간 점을 방치했다. 그런데 작아서 보이지도 않던 점이 점점 커져 포진이 되었다. 건드리지 않아도 진물이 났고, 너무 따가웠다. 걱정하는 식구들에게 100 대 1로 싸웠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졌지만, 사실 웃지 못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약국에서 사온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도 크게 번진 포진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가장 괴로운 때는 식사 시간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면 입가가 찢어질 듯 아팠다. 간신히 입을 조그맣게 벌려 밥을 집어넣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밥을 꼭꼭 챙겨 먹는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어디 밥뿐이겠는가. 아삭아삭 달콤한 수박도, 시원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그림의 떡이었다. 진작에 치료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포진이 나를 이렇게나 힘들게 할 줄이야.
작은 점이라고 무신경하게 내버려뒀다가 크게 번진 포진처럼, 작은 일일 때는 무관심하다가 큰일이 되어서야 급히 일을 처리할 때가 많았다. 친구와의 작은 다툼에 자존심을 세우다 끝끝내 큰 싸움으로 번진 일, 엄마에게 낸 작은 짜증이 모여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한 일 등 신경 쓰지 않은 작은 일 하나하나가 결국 크고 아픈 포진이 되었다.
처음부터 큰일로 시작하는 일은 없다. 모두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더 이상 귀찮다는 이유로 작은 점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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