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대확행

'소확행’.
요즘 흔히 사용하는 신조어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가 저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 ‘아, 이런 경우가 소확행이구나!’ 하지요.
지난여름, 엄마에게 여름휴가가 찾아왔습니다. 엄마가 하루 정도는 저랑 둘이서 휴가를 보내고 싶었나 봅니다. 저에게 같이 놀러 가자고 했지만, 저는 무더운 날 몸을 움직이기 너무 귀찮아 “나중에”라는 말만 하고 대화의 주제를 바꿨습니다. 순간 엄마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 찼습니다. 아차 싶어 곧바로 엄마와 휴가 날짜를 잡았습니다.
약속한 날, 엄마와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처음으로 엄마와 단둘이 팔짱을 끼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간식을 사 먹고, 옷도 구경했습니다. 문득 엄마의 얼굴을 봤습니다. 어느 때보다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구나’ 하고요.
다음 날, 엄마가 식사하면서 저와 보낸 휴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의 말과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났습니다. 제가 소확행이라고 여겼던 휴가가 엄마에게는 소소하지 않은, 큰 행복이었던 겁니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과 함께한 시간이니까요.
저는 엄마와 대화하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더 좋아했고, 엄마와 함께하기보다 친구와 노는 것을 더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는 사람 많은 곳은 안 좋아할 거야’, ‘엄마는 바깥 구경보다 집에서 쉬는 걸 더 좋아할 거야’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동안 엄마에게 너무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엄마는 저와의 모든 순간이 ‘크고 확실한 행복’입니다. 저도 엄마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대(大)확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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