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의 생신날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목걸이와 용돈을 할머니께 택배로 보냈습니다. 직접 드리지 못해 아쉬웠지만 할머니께서 기뻐하실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며칠 뒤 할머니께로부터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준호야, 너는 학생이야. 너 쓸 것도 부족할 텐데 왜 이런 걸 보냈어. 먼저 사준 목걸이도 아직 새것인데. 학생이 할미 용돈을 주다니…. 이 할미한테 왕손자 이상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니. 의젓하게 잘 자라주는 우리 손자 최고다. 목걸이와 용돈 고맙게 잘 쓰마. 잘 자거라.
홍천에서 할미가. 파이팅.
목걸이는 비싸지 않은 싸구려 진주 목걸이였고, 용돈도 많이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좋아해 주셔서 뿌듯하면서도 마음이 짠했습니다.
할머니는 우리나라가 가난한 시절 온갖 고생을 하면서 자녀들을 키우셨다고 합니다. 자녀들 시집 장가 보내놓고 이제 좀 쉬시는가 했더니 폐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의사는 3개월밖에 못 사신다고 했지만 다행히 하나님 은혜로 10년 넘게 살고 계십니다. 그동안 겪으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말도 못할 만큼 크실 텐데 손주들이 오면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소 무뚝뚝해서 제대로 감사하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수줍게 말해봅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