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에 고른 식물은 전에 키워본 적 있는 봉숭아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파란 도자기 화분에 씨앗을 여러 개 심고, 잘 자라라는 의미로 ‘자라’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흙을 뚫고 돋아날 새싹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갔다. 매일 화분을 확인하고, 혹여나 물이 부족할까 분무기로 매일 물을 뿌려주었다. 씨앗을 심었을 때는 조금 쌀쌀한 날씨였기에 비닐하우스도 만들어줬다. 학교에서 온통 내 신경은 자라에게 쏠려 있었다.
자라에게 지극정성 쏟기를 일주일이 지나고 2주가 지났다. 전에 키웠던 봉숭아는 보름 만에 싹이 났는데 자라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싹이 돋아날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이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씨앗이 늦게 틀 수도 있다며 기다려보라고 했다. 친구들은 씨앗이 죽은 거 아니냐며 차라리 싹이 튼 화분을 사라고 말했다.
3주째. 엄마도 싹이 날 때가 되었는데 왜 안 나는지 슬슬 걱정을 하셨다. 담임 선생님까지 살아 있는 거 맞냐고 놀리실 정도였다. 정말 씨앗이 죽은 걸까 생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싹을 틔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싹이 트지 않는 이유가 뭘까?’
흙 속에 묻혀 있는 씨앗을 찾아 흙을 조금 파보았다. 그런데 흙이 겉만 축축하고 속은 건조했다. 혹시나 이것 때문에 싹이 안 트는 걸까 싶어 다음부터는 물을 듬뿍 주었고 흙이 마르지 않았는지 항상 확인했다.
한 달째 되던 날, 드디어 싹이 텄다! 흙을 뚫고 고개를 빼꼼히 내민 싹을 보고 날아갈 듯이 기뻤다. 친구들은 의외라며 신기해했고 엄마도 축하해 주셨다. 그날 아침 학교에서 싹을 확인하고, 밤 10시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싹을 다시 확인했다. 신기하게도 아침보다 눈에 띄게 새싹이 자라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싹은 전날보다 새끼손톱만큼 더 자랐다. 한 달 동안 싹도 안 틔우고 꾸물대던 씨앗이, 싹이 텄다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게 너무 신기했다.
“엄마, 새싹 난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엄청 빨리 자라!”
“원래 싹 트기까지는 오래 걸리는데 한번 싹 트면 빨리 자라. 우리 믿음도 하나님 사랑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려도 한번 깨닫고 나면 믿음이 무럭무럭 자라잖니?”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자라가 싹이 트길 기다리며 혹시나 죽지는 않았을까 마음 졸였다. 하지만 하늘 어머니께서는 한 달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자녀를 위해 염려하시고 기도해 주신다. 얼마나 애타실까. 그리고 자녀가 그 사랑을 깨달았을 때는 얼마나 기뻐하실까.
여태까지 내 믿음은 새싹이 돋아나지 않은 씨앗 같았다. 어머니 품 안에 있은 지 오래도록 어머니의 사랑을 문자적으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 깨닫지 못했다. 지금은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어머니의 사랑으로 믿음의 싹이 돋아났으니 이제 무럭무럭 자라날 일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