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하나님의 교회에 다녔습니다. 중학생이 되어 시작한 학생부 생활은 정말 새로웠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부 모임에 참여하고, 성경 발표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깨달음이 깊지 않아 저의 열심은 금방 흐지부지해졌습니다.
중2 때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던 믿음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크게 요동쳤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하나님과 점점 멀어졌지요. 엄마랑 언니가 바른길로 이끌어주려 하고, 시온 식구들이 관심을 갖고 챙겨주려 했지만 저는 다 싫었습니다. 천국에 가도 내가 가고 지옥에 가도 내가 가는 건데 왜 남의 일에 참견인지 반항심만 일었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것이 힐링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공허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해도 남는 것이 없었고, 친구들은 아무리 잘해줘도 작은 실수 한 번에 쉽게 돌아서버렸습니다. 제 몸도 마음은 갈수록 지쳐갔습니다.
하루는 언니가 교회 모임에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갔다 오자길래 온갖 싫은 티를 다 내며 교회에 갔습니다. 워낙 오랜만에 모임에 참석한 거라 어색하고 불편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서먹했던 마음은 먼저 인사해 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형제자매님들 덕분에 풀렸습니다.
이후 시온에 자주 갔습니다. 형제자매님들은 항상 높임말을 쓰고, 제가 잘해준 것이 하나 없는데도 웃는 얼굴로 다가와 챙겨줬습니다. 욕이나 예의 없는 행동을 자주 하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라도 확실히 달랐습니다.
한편으로는 형제자매님들이 부러웠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각자 뚜렷한 목표를 갖고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하나님을 믿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3인데 지금 시작해서 언제 믿음을 키울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번이야말로 나의 방황을 끝낼 마지막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학생부 담당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저 성경 말씀 좀 알려주세요.”
선생님과 공부하며 다시 보는 성경 말씀은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보고 들었고, 예배 때 많이 봐서 익숙했던 성경 구절이 왜 이리 새로운지, 은혜와 감동은 끝이 없었습니다. 어느새 하나님이 제 마음속에 들어왔습니다.
또다시 저를 흔드는 유혹거리가 생길 때면 성경 말씀으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오랜 시간 부모님의 속을 썩이고 하나님께 근심을 끼쳤는데, 더 이상 그 마음을 아프게 하는 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엄마는 제가 지금 너무 예쁘다며 앞으로도 이대로만 쭉 커달라고 하시고, 아빠는 교회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져서 예전보다 시온에 자주 오십니다. 언니와 동생 역시 달라진 제 모습을 아주 좋아합니다. 하늘 부모님께서도 저를 보고 무척 기뻐하시겠죠? 그 기쁨을 쭉 이어지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방황하던 저는 학생부의 끝자락에서야 길을 찾았습니다. 학생부에서 남긴 추억이 별로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후회가 크지만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겁이 납니다. 늦게라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다른 학생들은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축복을 놓치지 말고, 지금부터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부 활동을 막 시작한 중학생 형제자매님들이라면 더더욱이요. 하나님 안에 있을 때 진짜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학생부 후배들은 꼭 후회 없이 많은 추억을 만들길 바랍니다.
이제 저는 청년입니다. 더 이상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하나님의 일에 온 열정을 쏟아부어 예언의 주인공인 새벽이슬 청년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