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다툰 날

아침부터 엄마와 다퉜다.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오늘따라 내 기분이 안 좋았나?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한 숟가락 떠먹고 집을 나왔다. 엄마는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학교 가는 길에도 아침에 있었던 일이 계속 생각났다. 투덜투덜 걷다가 괜히 동네 고양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짜증 나! 저 고양이는 왜 저기 있어?”
그때 친구가 나를 불렀다. 나는 짜증은 온데간데없이 상냥하게 친구에게 인사했다.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하고 장난치고, 매점에 가고, 평소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은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혔다. 집에 갈 때쯤에서야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 아침에 엄마랑 다퉜지.’
집에 도착하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 버스에 사람 많았나 봐?”
엄마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서 당황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엄마랑 마주 보고 밥을 먹으면서 학교에서 재밌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엄마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아침에 나를 언짢은 상태로 학교에 보내면 하루 종일 마음이 안 좋다는 것이다. 오늘도 내가 먹다 남긴 밥과 벗어 던진 잠옷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고.
나는 학교에 가면 집에서 엄마와 있었던 일은 잊어버린다. 하지만 엄마는 하루 종일 나를 생각했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나가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내가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집을 나가면 창문으로 내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본다고 했다.
나는 몰랐다. 내가 엄마의 하루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엄마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아침에 투정 부리지 않고, 웃으면서 학교에 가기로.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하며 나를 배웅해 주는 고마운 엄마. 집을 나서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엄마를 향해 뒤돌아 손을 흔들며 인사해야겠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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