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계신 하나님

어린 시절부터 엄마를 따라 꼬박꼬박 교회에 갔습니다.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것이 좋아서 갔지, 예배를 왜 드리는지 의미는 몰랐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넘쳐나는 볼거리와 놀거리에 온통 마음이 쏠렸습니다. 교회는 여유가 되면 가고, 성경도 시간 나면 어쩌다 한 번 들여다봤습니다. 많은 시간을 노는 데 쏟다 보니 하나님은 제 마음에서 자꾸 순위가 뒤로 밀려났습니다.
어느덧 고등학교를 결정할 시기가 왔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친구들을 따라 집에서 먼 학교에 지원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 머릿속에는 행복한 상상이 가득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수업받고, 방과 후에 친구들과 군것질하고, 주말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 졸업 후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모습을요. 상상이 과했던 것일까요. 현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학급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저는 반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같이 입학했던 중학교 친구들은 다 다른 반이라 만나기 어려워지더니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다들 새로운 울타리에서 잘 적응하는데 저만 겉도는 것 같아 걷잡을 수 없이 외롭고 우울했습니다.

하루는 한 자매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종종 오던 단순한 안부 문자였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무도 저를 위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예배 날 시온에 가면 정답게 대해주는 학생들, 제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저를 배려한다고 가까이 오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던 학생들의 모습까지 떠올랐습니다. 나쁜 길로 새지 않을까 하나님께서도 노심초사하시며 저를 지켜보고 계셨겠지요.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등지고 있어 보지 못했을 뿐 하나님과 시온 가족들은 언제나 제 곁에 있었습니다. 뒤만 돌면 하나님께서 포근히 안아주실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곧바로 학생부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성경 말씀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지루하기만 했던 교회가 너무 좋아졌지요. 우울했던 마음에 생기가 돌아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얼마 뒤 학생들을 챙기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라온 환경이 달라 성격도, 생각도 제각각입니다. 유독 개성이 강한 학생들도 있고요. 처음에는 천차만별의 학생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 벅찼습니다. 그럴 때면 제게 문자를 보내줬던 자매님을 생각했습니다. 자매님은 제가 어떤 반응을 하든 포기하지 않고 한결같이 관심을 가져주었지요. 아무리 힘들어도 학생들에게 제가 받은 사랑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자매님처럼 그리고 저를 기다려주신 하나님처럼 사랑을 주기 위해 노력하니 오히려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이 느껴져 학생들을 더 정성껏 챙기게 됩니다.
새로운 인연도 생겼습니다. 일본어 과외 선생님입니다. 첫 수업 날, 저희 집에 오신 선생님이 교회에서 나온 달력을 보고 예전에 친구를 따라 우리 교회에 다닌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선생님이 오실 때마다 교회 소식이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여드립니다. 선생님은 나중에 교회에 오기로 약속했습니다.
하나님을 우선순위에 두고 생활하면서 행동과 말투도 달라졌습니다. 비속어가 주 언어였던 제가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을까’, ‘은혜가 될까’를 고려해 말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규례를 지킵니다. 틈만 나면 새노래를 듣는데 가사를 곱씹으면서 감동을 배로 받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작고 사소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일상의 변화가 모여 제 삶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잠깐의 시련을 통해 방황하던 저를 잡아주시고 변화시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릴 시련도, 제가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하는 발판이라 믿고 하나님을 의지해서 잘 헤쳐나가겠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형제자매들을 통해 제 손을 잡아주셨던 것처럼 저도 형제자매들의 손을 꼭 잡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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