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히들 ‘욱하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고 친구와 멱살을 잡고, 시끄럽다고 이웃과 다투다 불을 지르고, 훈계하는 부모를 홧김에, 실랑이를 벌이던 동료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등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날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은 곰이 돌덩이를 치는 것과 같습니다. 화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니까요.
화가 나면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 빨라지는데 이 현상이 계속 반복되면 심장병, 고혈압, 동맥경화, 소화장애 같은 질병뿐 아니라 뇌세포 손상으로 치매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화낼수록 건강은 건강대로 나빠지고, 대인관계마저 나빠지겠지요.
잠 27장 3~4절 “돌은 무겁고 모래도 가볍지 아니하거니와 미련한 자의 분노는 이 둘보다 무거우니라 분은 잔인하고 노는 창수 같거니와 투기 앞에야 누가 서리요”
돌덩이보다 무겁고 강력한 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다시 나를 향해 무섭게 돌진해 옵니다.

화내는 것이 좋을까요, 참는 것이 좋을까요?
누군가가 나 또는 내 가족이나 친구를 해치려고 합니다. 나와 주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맞서 싸워야겠죠. 이때 필요한 정서가 ‘분노’입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벌였던 힘도, 조국을 짓밟는 일제에 대한 분노라 할 수 있습니다.화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기쁘면 웃음이 나고 슬프면 눈물이 나는 것처럼 화는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입니다. 억지로 감추거나 꾹꾹 눌러 담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분노 자체가 아니라 분노에서 나오는 공격적인 행동이죠.
화난 사람은 보통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로 언성을 높이거나 거친 행동을 합니다. 이것은 뇌와 호르몬 작용 때문입니다. 신체가 위협이나 자극을 받으면 뇌에서 감정을 지배하는 변연계는 경고음을 울립니다. 동시에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분노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온몸으로 많은 양의 혈액을 보내게 됩니다. 몸 안의 혈류를 바꿔 신체를 더 강하게 만들고 싸울 준비를 하는 겁니다. 대신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생각을 잘 할 수 없게 됩니다.
만약 맹수와 몸으로 싸워야 하는 원시시대였다면 이러한 분노 현상은 생명을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투를 벌이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단순한 감정적인 마찰일 뿐이죠. 생명의 위협을 받았을 때처럼 반응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화는 막 분출해야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이에 대해 한 심리학자가 실험을 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화났을 때 펀칭백 때리기 등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했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몇 분간 앉아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후, 공격적인 행동으로 화풀이를 했던 그룹이 화났을 때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화는 표현하면 할수록 더 커집니다. 화를 낼 때에는 나를 화나게 한 상황이나 상대방이 저지른 잘못 등을 계속해서 되새기게 됩니다. 화를 표현한다고 해도 화난 감정이 커지면 커졌지, 사라지지는 않는 것입니다. 뇌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화날 때마다 발동하는 변연계가 자주 활성화되면 변연계를 조절하는 전전두엽이 노화돼서 나중에는 아예 변연계를 조절하지 못합니다. 화가 만성이 되어서 별것 아닌 일에도 폭발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화를 참지 말라고 했다가 화내면 안 된다고 했다가, 헷갈린다고요?
화는 내야 합니다. 대신 ‘잘’ 내야 합니다.

화내고 싶지 않은데, 대체 왜 화가 나는 걸까요?
지피지기(知彼知己·적의 사정과 나의 사정을 자세히 앎)면 백전불태(百戰不殆·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음)이라 했습니다. 나의 이성과 행동이 분노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분노를 조절해서 잘 발산하려면 ‘화’라는 친구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사실 화를 내고 싶어서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꾸 옆에서 건드리니까 화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정말 그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나는 것일까요?
하나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눈치채셨나요? 화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상황에 대한 나의 판단과 해석으로 일어납니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화가 날 수도, 안 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을 잘 분석해보면 분노를 일으킬 만한 요소는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① 당위적 기대와 현실이 어긋날 때
당위적 기대란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대를 의미합니다. ‘부모님은 자식을 이해해 줘야 한다’, ‘동생은 내 말을 잘 들어야만 한다’, ‘형은 나를 잘 돌봐줘야 한다’ 등등 각자 마음속에는 당위적 기대가 있습니다. ‘약속 시각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당위적 기대가 강했다면 친구가 늦었을 경우 화가 나기 마련입니다.사람은 성별, 나이, 환경, 역할 등 모든 것이 다 다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생각과 딱 맞아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지요. 당위적 기대 대신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바다같이 넓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② 내 입장에서만 생각할 때
‘나는 바쁜데 얘는 왜 늦는 거야?’라고 생각하니까 화가 납니다. 만약 상대방의 입장에서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화는 누그러질 겁니다.또는 ‘나는 이와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없었는가’를 생각하면 ‘나도 약속 시각에 늦은 적이 있었는데. 늦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야’ 하는 이해심이 생기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화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할 때 일어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생각은 헤아리지 못하고 ‘나를 무시한다’, ‘나를 방해한다’고 판단해 버리니 노르아드레날린이 솟을 수밖에요.
똑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할지 부정적으로 해석할지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고로 화낼 것인가, 멋지게 웃어넘길 것인가도 자신의 선택입니다.
화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가 나 좀 말려줘요!
화나는 원리를 알았다고 해서 화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화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처럼 살아가는 동안 늘 함께할 것입니다. 그래서 화를 잘 추슬러야 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마음과 행동을 추스르듯이요.앞서 말했듯이 화를 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화는 마음의 독입니다. 화를 참는 것은 몸에서 독을 빼내지 않고 꾹꾹 쌓아두는 행위와 같지요. 그래서 표현해야 합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화풀이와 화는 전혀 다릅니다. 화났다고 상대방에게 소리치고 주먹질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 실험에 따르면, 사람이 화낼 때 나오는 날숨을 1시간 동안 모아서 농축했더니 80명을 죽일 수 있는 독성 물질로 변했다고 합니다. 화풀이는 마음의 독을 진짜 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화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화를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아예 화풀이를 하거나 “나 화 안 났어”라고 말하지만 속에서는 용광로가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괜찮다” 해 놓고 다른 방식으로 복수(?)하는 꽈배기 유형의 사람도 있습니다.
화났을 때 꼭 해야 할 일이 “나 화났어”라고 말하는 겁니다. 흥분하지 말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면서요. 일명 ‘나·사·감·바’ 말하기라고 합니다.

‘나·사·감·바’에 유의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내 감정을 추스르면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내 의견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나·사·감·바’가 상대방에게 화를 잘 표현하는 방법이라면,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① 시간이 약이다
분노 호르몬은 통상 15초면 최고조에 올랐다가 서서히 사라집니다. 화가 나면 오직 화나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즉각 반응하지 말고, 심호흡을 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이성을 찾게 되면 화나는 감정을 달랠 수 있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② 땀 흘리며 운동하기
운동을 하면 기분이 상쾌해질 뿐 아니라 몸에서 행복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이 나옵니다. 걷기 또는 뛰기 등 운동을 해보세요. 단, 경쟁하는 운동은 피해야 합니다.③ 글과 그림 등으로 마음 표현하기
대개 화는 더 심오한 감정을 감추고 있습니다. 공포, 좌절, 슬픔, 수치심, 질투, 죄책감처럼 스스로 인정하거나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감정을 화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주로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화가 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글로 적어보며 화의 원인과 솔직한 나의 감정을 파악한다면 미리 대처할 수 있습니다. 또 감사한 일, 행복한 일을 글로 적어보세요.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질 겁니다.
나의 기분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글과 그림은 마음을 다스리는 최상의 도구입니다.
④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떠올리기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착해진다고 합니다. 하루에 10분 동안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거나, 그 사람은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하면 화내는 습관은 점점 약해집니다.하루에 하나님을 얼마나 생각하시나요? 화날 때 하나님을 떠올려보세요. ‘하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요.
⑤ 거울 쳐다보기
아니, 이게 내 얼굴이야? 화나니까 정말 흉하네.⑥ 기도하기
화난 사람은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기도가 있습니다. 기도는 나에게 일어난 일과 나의 마음을 하나님께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나 자신을 차분하게 되돌아보며 항상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하나님께서도 도와주셔서 내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겁니다.화가 나면 누가 나 좀 말려달라고요? 천만의 말씀! 말릴 사람은 나 자신뿐입니다.

잠 16장 32절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화나는 감정은 순간이지만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청소년 시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청소년의 뇌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어느 때보다 감정 조절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이해해 주길 바라고 막무가내로 행동한다면, 그 행동이 고착되어 나의 인격이 되고 맙니다.
화를 다스리는 것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어떻게 화를 다스리느냐에 따라 나의 인격과 미래가 결정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