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다

중학교 2학년 때다. 학교에서 수련회를 갔다. 수련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캠프파이어’. 게임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다가 마지막에 모닥불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앉았다. 교관님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 축구 경기가 몇 분 동안 진행되죠?”
아이들은 일제히 “90분”이라고 대답했다. 교관님이 말을 이어갔다.
“축구는 전반 45분, 후반 45분. 총 90분 동안 진행됩니다. 90분의 축구 경기는 우리 삶과 비슷해요. 사람은 80~90세 혹은 그 이상을 살아가죠. 지금 꿈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럼 꿈을 찾지 못한 친구는 어리석은 것일까요?”
모두 조용했다. 중2, 열다섯 살.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니다. 나 역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꿈조차 갖지 못했다.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축구 선수처럼 각자의 경기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 여러분들의 축구 경기는 겨우 15분 지났을 뿐입니다. 15분 동안 먼저 골을 넣은 팀이 나중에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요. 지금 골을 먹혔다고 해서 좌절하고 경기를 포기하거나, 반대로 골을 넣었다고 경기가 다 끝난 것처럼 경기장을 대충 뛰어다녀도 안 됩니다. 현재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남은 시간을 바라보며 열심히 뛰세요. 그러면 경기에서 졌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그 사람에게 모두 박수를 쳐줄 것입니다. 주저앉지 말고, 지치지 말고, 열심히 뛰세요.”
나는 지금 열아홉, 고3이다. 친구들은 수능 준비, 취업 준비로 바쁘다. 내 마음도 편할 리 없다. 시온에서는 학생부 맏언니다. 학생부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이제 나이가 들어서 못하겠다고 엄살을 피운다.
정말 어리석지 않은가. 나의 경기는 고작 19분 흘렀을 뿐이다. 전반전의 절반도 안되는 이 시각에, 불안하고 조급해 할 이유도 없고 숨이 차 힘들다는 핑계도 댈 수 없다.
소년 다윗은 자신의 어린 나이를 방패 삼아 뒤로 숨지 않았다. 당당히 골리앗과 당당히 맞서 승리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화려한 전적에 얽매이지 않고, 하나님만을 소망으로 삼아 열정적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자신의 경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나는 꿈을 향해 달려야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나를 도와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여 후회 없이 경기를 뛰겠다. 나의 경기는 이제 시작이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