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딩동댕동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이번 시간은 미술이었다. 스케치북과 필통을 들고 미술실로 갔다. 미술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었다.
“야, 너 저 사물함 위에 있는 조각상 닮았다.”
“내가 조각상을 닮았다니, 그럼 난 조각 미남?”
“아니, 그냥 조각.”
친구들과 말장난하는 사이, 미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자, 스케치북 펴고. 다들 사인펜 갖고 왔지?”
머리가 띵했다. 사인펜을 안 가져온 것이다!
“사인펜 안 갖고 온 사람, 뒤로 나가 봐.”
사인펜을 안 가져온 사람은 7명.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오지 않은 학생에게 선생님이 내릴 벌은 뻔했다. 바로 미술실 청소. 이 좋은 미술 시간에 청소가 웬 말인가!
미술 선생님은 아이들이 제대로 말을 걸지 못할 정도로 무서운 선생님이다.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준비물 중 사인펜만 없을 뿐이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도 다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사인펜은 없지만 연필도 있고, 지우개도 있고, 스케치북도 있고, 필통도 있고… 아무튼 그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들어가서 그림 그려.”
아니, 선생님이 이렇게 흔쾌히 허락할 줄이야!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자리에 앉았다.
뒤에 나가 있는 6명의 아이들도 나처럼 선생님을 졸라대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대답은 깔끔했다.
“이미 늦었다. 걸레 빨아서 집합.”
잠시 후,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청소하는 6명을 제외하면 휴식 시간인 셈이다. 이왕 자유가 된 몸, 청소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청소해야 할 학생 중 한 명이었으니까.
“선생님, 저도 그냥 애들 도울게요.”
“오!”
아이들은 일제히 감탄사를 날렸고, 나는 순식간에 착한 학생이 되었다.
우습지만 여기서 ‘용기’란 단어가 떠올랐다. 무서운 선생님에게 나의 의지를 확실하게 설명한 것, 쑥스럽지만 친구들을 돕겠다고 나선 것. 이 또한 용기라면 용기겠지.
용기란 그렇게 대단한 녀석이 아니었다. 남들이 하지 못할 때, 먼저 하는 것일 뿐이다. 여기에 ‘믿음’이 바탕으로 깔린다면?
온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울부짖을 때,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다”고 외친 여호수아와 갈렙.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하지도, 가르치지도 말라는 위협을 받았을 때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탄없이 복음을 전파한 사도들…. 모두 믿음의 용기를 보인 멋진 인물들이다.
신앙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정말 중요한 순간, 나는 과연 용기를 냈었던가?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신다. 이 믿음을 갖고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자. 분명 내가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축복이 주어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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