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온에서 학생부가 오카리나 합주를 했을 때입니다. 저는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동생에게 오카리나 운지법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이 운지법을 배울 때 저는 멜로디를 익혔고, 학생들에게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합주가 가능해지자 다른 소리들 중에서 제 오카리나 소리가 가장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학생부 선생님도 제가 내는 소리가 좋다며, 알토 파트였던 저를 소프라노 파트로 옮기셨습니다. 그때부터였나 봅니다. 내가 연주를 제일 잘한다는 착각과, 내가 없으면 합주가 안 될 것이라는 교만의 시작이요.
하루는 학생들이 서로 조금씩 떨어져 연습하면서 자기 연주를 듣고, 문제점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방법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 함께 모여서 연주하면 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아쉬웠기 때문이죠. 그렇게 연습을 하려는데 청년들이 옆으로 지나갔습니다. 저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오카리나를 최대한 힘껏 불었습니다. 제 소리가 가장 아름답고, 제 덕에 학생부 연주가 듣기 좋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의 폭발이었습니다. 그러나 의외의 상황에 제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습니다. 한 청년이 화들짝 놀라며 귀를 막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너무 교만했다는 것을요. 이런 마음으로는 결코 좋은 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소리가 되겠지요. 다음 연습 때부터는 제 소리를 줄이고 다른 학생들의 소리에 맞춰 오카리나를 불었습니다. 행사 날에는 은혜롭게 연주를 마쳐 모든 학생이 칭찬과 박수를 받았습니다.
악기 하나 조금 빨리 배우고, 잘한다는 칭찬 조금 받았다고 교만이 하늘을 찌를 듯했는데, 평소에는 그런 마음이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다행히 그날 후로는 교만이 싹트지 않게 조심하게 됐습니다. 교만이 싹튼다 싶으면 ‘하나님께서 귀를 막으시지 않을까, 눈을 가리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교만은 하나님께서 싫어하십니다. 또한 연합을 방해합니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만 의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