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내 꿈은 의사였다. 이유는 그냥 엄마가 하래서.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는데 엄마가 “서현이가 의사 돼서 엄마 아플 때 고쳐주면 되겠네”라고 한 말에 덩달아 의사가 되겠다고 했다. 얼마 못 가 의사는 포기했다. 열정만으로 의사가 될 수 없었다. 공부를 잘해야 했지만 난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중학교 다닐 때 꿈은 작가였다. 이유는 책 읽고 글 쓰는 게 재미있어서. 내성적인 나는 많은 친구와 어울려 놀기보다 소수의 친구들과 모이거나 조용히 책 읽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읽은 책 내용에 살을 붙여 글 쓰는 것도 좋아했다. 현실에서는 소심한 성격에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글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는지 모른다. 이후에는 소설이나 동화를 창작했고,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다. 글쓰기 대회에서 종종 상도 탔다. 나는 그 일이 행복했다. 평생 작가를 한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꿈이 없어졌다. 학교는 높은 성적과 자격증 취득만 요구했다. 여전히 글을 쓰고 싶었지만, 학교에서는 내가 쓴 한 줄의 소설보다 자기소개서 한 줄을 더 원했다. 내가 원하는 글이 아닌 주위에서 원하는 글을 쓰면서 내 생각도 바뀌었다. ‘작가는 되기 힘들다던데, 소득도 별로 없고’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잖아. 작가는 너무 비현실적인 꿈 아닌가?” 하는 주위 사람들의 말도 영향이 컸다. 나도 계속해서 소설 대신 면접 답변서를 쓰고, 글쓰기 대회 대신 자기소개서 경진대회에 나갔다.
어느 날, 글 쓰기가 두려워졌다.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안 좋아하면 어쩌지?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표현이 좋을까?’
타이핑한 글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기 두려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왜 작가를 꿈꿨지?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글 쓰는 게 좋아서 꾼 꿈인데.’
순간 잃어버린 꿈을 다시 되찾았다.
꿈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울 때가 있다. 장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러나 꿈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꿈은 장벽을 넘어서야 진짜 꿈이다. 나의 꿈이 남들의 시선과 잠깐의 시련으로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
나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믿음 생활의 이유, 천국에 가는 것이다. 현실이 힘들다고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기를, 내 영혼의 꿈도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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