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엄마 아빠는 일을 하셨습니다. 형도 학교에 가서 집에는 이모와 저뿐이었습니다. 이모가 집안일을 하면 저는 TV나 책을 보고 게임을 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고, 선생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지 못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저는 왕따였습니다. 놀림은 예사고, 신발을 숨기고, 여자 화장실에 가두고, 때리고 도망가는 등의 괴롭힘이 이어졌습니다.
저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찾아오셨습니다. 엄마는 교실 문 뒤에서 울고 있는 저를 보고 놀라셨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모습에는 더 놀라셨다고 합니다. 엄마는 그때 일을 그만두셨습니다.
엄마는 약사였습니다. 약사 일을 하는 동안 하나님의 교회에 다니는 손님으로부터 진리 말씀을 전해 들으셨습니다. 제 문제로 일을 관두신 후, 혹시나 아들이 교회에 다니면 좋아질까 싶어서 확실하게 성경을 배워보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엄마와 형, 저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6학년 때, 부산으로 이사했습니다. 새로운 도시에서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저의 생활은 여전했습니다. 마음이 안 좋아서인지 말을 비꼬는 말투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멀리했고,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께 따져 묻는 식의 질문을 계속해서 아이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또다시 따돌림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놀리는 식으로 이야기하거나 조금만 건드려도 크게 소리 지르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반 아이들이 저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에게 친구가 있을 리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한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시기였습니다. 시온에는 저를 친절하게 대해주는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형제님만 귀찮게 따라다녔습니다. 그래도 형제님은 저를 잘 받아주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시온에 오가는 길을 함께해 주었습니다. 항상 분노에만 휩싸여 있던 제 마음이 처음으로 위안을 받았습니다.
형제님을 따라 시온 학생 모임에도 나갔습니다. 시온에서의 제 행동과 말투는 학교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식사 시간에는 “반찬이 맛없는 거네요”, 사모님들이 간식을 챙겨주시면 “그런 거 저는 안 먹어요”, 말씀 공부를 하려 하면 “졸릴 것 같아요” 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형제님처럼 학생부 담당 선생님도 저의 돌발적인 언행을 참아주시고 도리어 웃어주셨습니다. 대신 매일매일 성경 말씀을 들려주며 저를 격려해 주셨습니다. 시온 식구들의 따뜻한 분위기가 점점 좋아졌습니다.
꾸준히 시온에 나오다 보니까 하나님의 말씀이 조금씩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집에 있을 때도 설교 말씀을 청취하고 진리 책자를 읽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국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지 않은 말과 행동이 튀어나오려 하면 천국을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동안의 잘못,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지 못하는 부분을 회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기도의 목적은 회개였는데, 하나님께서는 수많은 선물로 제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 선물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되면 저는 기분이 상해서 엄마에게 소리치고 성질을 부렸습니다. 요즘은 제가 잔소리를 조용히 경청한다고, 엄마가 놀라워하십니다. 제대된 대화 한번 해본 적 없던 형과도 여느 가정의 형제들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형은 제가 아주 점잖고 어른스럽게 바뀌었다며 “나보다 네가 더 형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학교생활은 ‘갈아엎었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저에게 학교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였습니다. 학교생활에 대해 말할 만한 기억이 거의 없지요. 하나님의 은혜로 고등학교 진학 시기와 성격의 변화 시기가 맞물리면서 현재 고등학교 생활은 원만합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요. 친구들에게 진리 말씀도 부지런히 전하고 있습니다. 교회 행사에 친구들을 초대할 때마다 열매의 축복까지 받아 정말 감사하고 기쁩니다.
사실 저의 변화가 정확히 언제부터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시온에 나아오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서서히 변화해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여전히 생각, 성품, 언행 등 닦여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처음처럼 열심히 말씀을 상고하고 기도한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겠지요.
엄마가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만약 저 때문에 힘든 시기가 없었다면 하나님을 찾지 않았을 거라고요. 그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엄마가 은혜의 천국으로 인도되었고, 저도 엄마를 따라 시온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엄마 말대로, 힘들고 괴롭기만 했던 시간들도 돌이켜 보면 전부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시온의 가족들도 저마다 아픔과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마침내는 복을 주신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날마다 변화해서 제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천국에 꼭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