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에게 기쁨이 된 적이 있는가

수능을 100일 앞두고 반 친구들과 ‘100일 플래너’를 공동구매 했습니다. 같은 플래너를 쓰며 같은 목표를 향해 모두 열심히 공부했지요.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간이었기에 저 역시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매일 아침 플래너에 공부 계획을 빼곡 쓰고 성취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고 지치기를 반복하다 보니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이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은 하나둘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지?”라는 말을 쏟아내며 불안해했습니다.
저는 친구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힘이 될 만한 문구를 친구들의 플래너에 적어주었습니다. 저를 시작으로 친구들은 서로의 플래너에 좋은 문구를 예쁘게 적어주며 서로를 응원했습니다.
여느 날처럼 한 친구가 다가와 제 플래너를 집어 들었습니다.
“나 좋은 문구 찾아 왔어. 쓰고 갖다 줄게!”
친구는 자기 책상에 형형색색의 펜을 잔뜩 꺼내놓고 문구를 쓰고 꾸미는 데 집중했습니다. 한참 뒤, 친구가 플래너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플래너를 펼쳤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기쁨이 된 적이 있는가?
순간 가슴 한구석이 쿡 찔렸습니다. 눈물까지 핑 돌았습니다.
엄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내가 엄마한테 기쁨이 된 적이 있나요?
몇 분 후 엄마에게 답장이 왔습니다.
- 존재 자체가 기쁨이지.^^
부모님은 항상 “우리 딸은 분명 잘할 거야” 하며 저를 응원하시고, 저의 작은 성취 하나에 저보다 더 기뻐하셨습니다. 공부도, 믿음 생활도 오직 내 생각만 하며 나의 길만 달려나가고 있을 때, 부모님은 제가 혹여 힘들어하지 않는지, 잘 해나가고 있는지 항상 생각하셨겠지요. 저의 존재 자체가 너무 소중해서요.
학생 시절을 돌아보니 제가 한 노력보다 부모님이 저에게 불어넣어준 힘이 더 컸습니다. 이제 청년입니다. 좀 더 성숙한 딸이 되어 엄마 아빠에게 큰 힘과 기쁨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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