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결사

학원이 끝나면 밤 10시. 집에 오면 11시가 넘는다. 우리 동네는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돼 있고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어 조금은 무섭다. 유난히 어두운 골목길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집 근처 골목길에 들어서면 난 얼른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는 내가 왜 전화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골목길 많이 무섭지? 엄청 어둡고.”
엄마와 대화하며 걷다 보면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쳐 어느새 집에 도착한다.
여느 날처럼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골목 어귀에서 엄마에게 전화할까 망설이다가 걸지 않았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무섭지만 눈 딱 감고 얼른 골목을 지나가려는 심산이었다. 골목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데 어디선가 빛이 새어 나왔다. 가로등 불빛이었다. 너무 깜깜해서 가로등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누가 이런 구석진 골목의 고장 난 가로등을 고쳐 놓았는지 괜스레 감사했다.
다음 날, 엄마가 차로 나를 데리러 왔다. 차 안에서 엄마가 가로등을 보며 말했다.
“저 가로등 말이야. 가서 보니까 2개나 고장 나 있더라고. 엄마가 구청에 전화해서, 우리 딸이 밤늦게 이 골목을 들어오면서 얼마나 무서워하는 줄 아냐고 했더니 글쎄, 고쳤네.”
어두운 골목을 밝게 비춰준 사람은 엄마였다. 수많은 사람이 고장 난 가로등을 그냥 지나쳤지만 엄마는 달랐다. 자식이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엄마’이기에.
엄마는 무모할 정도로 나서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냥 넘어가도 될 법한 일도 엄마는 반드시 바로잡는다. 사실 그건 다 나를 위한 것이었지 엄마를 위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해결 속도는 내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엄마 덕분에 나는 오늘도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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