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거우니까 엄마가 들게.”
“괜찮은데. 그럼 같이 들자.”
엄마와 나는 봉지 손잡이를 하나씩 잡고 집으로 갔다. 과일이 가득 담긴 봉지가 무거울 줄 알았는데 집으로 가는 내내 가볍게 느껴졌다.
“엄마, 이거 의외로 가볍다. 엄마는?”
“엄마도 안 무거워.”
‘같이 들어서 안 무겁나? 힘들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얼마 후, 학교에 가져갈 짐이 많아 봉지에 담았다. 봉지가 무거워 낑낑대고 가는데 마침 친구를 만났다.
“너 힘들어 보인다. 같이 들고 가자.”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친구가 좀 더 가볍게 들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 봉지 손잡이를 높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해서 친구가 말했다.
“짐이 은근히 가볍던데? 내가 같이 들어줘서 그런 거니까 시원한 음료수를 대령하도록!”
웃음이 풋 나왔다. 친구는 내가 손잡이를 더 높이 든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
엄마와 같이 과일 봉지를 들고 갈 때가 생각났다. 그때 과일 봉지가 가벼웠던 이유를 알았다. 엄마는, 봉지를 같이 들겠다고 한 내가 힘들까 걱정되어 봉지 손잡이를 나보다 높이 든 것이 분명했다.
사소한 배려였지만 엄마의 잔잔한 사랑이 느껴졌다. 티 내지 않고 항상 내 편의를 봐주고 있을 엄마. 어디 봉지뿐일까. 알게 모르게 베푸는 엄마의 배려가 내 마음을 언제나 편안하고 가볍게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