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도, 보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면

학교 수련회에 갔을 때 여러 가지 장애 체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체험한 장애는 언어 장애였습니다.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몇 가지 배운 수화로만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수화는 청각 장애인만 쓰는 줄 알았는데 언어 장애인도 수화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괜찮네’ 하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말 많고 활발한 저로서는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다음 시각 장애를 체험했습니다. 안대를 쓰고 친구들과 차례로 서서 서로의 어깨를 잡고 걸었습니다. 분명 앞에 친구가 있는 걸 알면서도 혼자 있는 것 같아 무서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체험한 지체 장애는 30분 동안 그냥 바닥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됐습니다. 제일 쉬워 보이죠? 그런데 움직이지를 못하니까 목은 물론 허리와 다리, 온몸이 쑤셨습니다. 누가 와서 제발 자세 좀 바꿔줬으면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장애인을 바라봤던 못된 마음이 싹 사라졌고, 그들을 만난다면 도와주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장애 체험이 모두 끝난 후 침묵이 흘렀습니다.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오늘 잠깐만 체험해도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이 장애를 평생 갖고 산다면 어떨까요?”
제가 만약 말하지도, 보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면 저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만약 내일 시각 장애인이 된다면 마지막으로 누가 보고 싶나요?”
“…부모님이요!”
친구들이 말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저는 제 외모를 못마땅해하며 왜 나를 이렇게 낳았느냐고 부모님께 불평만 했습니다. 본다는 것, 말한다는 것, 움직인다는 것. 이 자체만으로도 부모님이 주신 아주 감사하고 값진 선물인데 말이죠.
저를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지금까지 잘 자라도록 보살펴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저를 보살펴 주시는 하늘 부모님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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