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반은 다른 반에 비해 냄새가 유독 심하게 난다.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오는 교과 선생님들도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핀잔을 주시고, 우리 반에 찾아오는 학생들도 이 냄새 때문에 교실에 들어오기 전 주춤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청소를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다. 청소상까지 받을 정도로 청소를 열심히 한다.
우리 반을 괴롭히는 지독한 냄새의 원흉은 바로 에어컨! 에어컨을 틀 때마다 심한 냄새가 난다. 에어컨 필터도 여러 번 청소해봤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 수업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 반은 언제나 퀴퀴한 냄새에 뒤덮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친구가 원두커피 찌꺼기를 가지고 왔다. 은은한 커피 향으로 냄새를 내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란다. 우리는 종이컵과 망을 이용해 교실 곳곳에 원두커피 찌꺼기를 놓았다. 보이지 않는 곳과 창가에는 종이컵에 담아서 놓고, 냄새의 원인인 에어컨 밑과 청소 도구함 안에는 망에 담아 매달아 놓았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교실에서 나갈 줄 모르던 냄새가 조금씩 사라지고 커피 향이 은은하게 교실에 퍼졌다.
사흘 정도 지나자 다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수명을 다한 커피 가루를 치우기 위해 커피 가루를 놓았던 곳으로 갔다. 망에 담았던 커피 가루는 아직도 미미한 커피 향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종이컵에 담은 커피 가루는 푸른색 곰팡이와 뒤엉켜 있고, 커피 향과 곰팡이 냄새가 섞인 역한 냄새를 풍겼다. 같은 커피 가루인데, 한쪽은 커피 향이 지속되고 한쪽은 곰팡이가 생겨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 신기했다.
둘의 차이는 통풍이었다. 종이컵 안에서는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고, 망은 공기가 잘 통해 향기가 더 멀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보고 옹졸한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좋은 향기를 가지고도 퍼트리지 않았던 종이컵의 커피 가루처럼 나도 좋은 것을 나눌 줄 모르고 나만 가지려고 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베풀지 않고 혼자만 갖고 있다면 마음이 부패할지 모른다. 이제부터 좋은 것은 나누고 양보하며, 새 언약 진리를 친구들과 나눌 것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진한 시온의 향기를 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