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다. 드디어 제주도행 비행기가 이륙했다. 심장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귀가 멍멍했다. 하늘을 나는 느낌이 이럴까?
친구들과 하하 호호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제주도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제주도 풍경에 눈이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구멍이 숭숭 뚫린 돌들이 한가득 있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수학여행 분위기를 한껏 즐겼다.
연못가에 앉아 잉어를 구경하고 있었다.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일어서는데 그만 길옆 도랑에 발이 빠져 넘어지고 말았다. 창피함이 몰려왔다. 아무렇지 않은 척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 발을 내디뎠다. 순간 발목이 너무 아파 주저앉아 버렸다. 양말을 벗으니 발목이 퉁퉁 부어 있었다. 나는 구경도 못하고, 그늘 아래 앉아 아픈 발목만 부여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 타고 제주도까지 왔는데 이게 뭐야. 놀지도 못하고.’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나아지겠지 했던 발목은 이제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쿡쿡 쑤셨고, 심하게 부어서 복사뼈는 보이지도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발목이 빠져버릴 것같이 아팠다. 결국 선생님과 함께 1시간 30분이나 걸린다는 병원에 갔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응급실은 뛰어다니는 의사와 간호사들로 정신이 없었다. 진통제를 맞고 X-ray를 찍은 후 의사의 처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한 여자가 아기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다. 아기 엄마는 의사에게 아기가 열이 너무 많이 나고 자꾸 토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품에 안긴 아기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기만 했다.
‘아, 맞다. 엄마!’
엄마에게 연락한다는 걸 깜빡했다.
“엄마, 나 발목 다쳐서 지금 응급실이야.”
“괜찮아? 조심성 없이 촐랑대고 돌아다니니까 그렇지! 너무 움직이지 말고, 얼음찜질하고.”
“별거 아니야. 지금은 괜찮아.”
“너는 왜 엄마 없을 때 아파서 엄마를 속상하게 하니.”
엄마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나는 친구들과 놀지 못한 것이 속상했는데 엄마는 아픈 딸을 옆에서 돌봐주지 못해 속상해했다. 걱정 말라 하고 통화를 끝냈다. 아픈 아기를 안고 애타하는 아기 엄마가 보였다. 엄마가 정말 보고 싶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 창밖을 내다보았다. 병원 갈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별들이 보였다. 이렇게 많은 별은 처음 본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제주도에 떨어져 있는 딸이 아파도 엄마는 속상하다 하는데 광활한 우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머나먼 거리에서 아파하는 자녀들을 보시며 하늘 부모님께서는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얼마나 애타고 슬프셨기에 천상에서 지상까지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오셨을까.
한참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자녀 걱정에 새까맣게 타버린 하나님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는 효녀가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