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편지 1
To 보조개 공주, 희수“예쁜 공주님입니다.”
너를 처음 본 순간 놀랍고 신기했어. 가장 신기했던 것은 너의 보조개. 입가에 꼭 찍어놓은 것같이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어찌나 예쁘던지. 울 때마다 더욱 두드러지고는 했지. 잘 먹고, 잘 놀고, 비엔나소시지처럼 포동포동 살도 올랐어.
네가 14개월째 되던 6월에 남동생이 태어났지. 엄마가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있어서 너는 그동안 할머니와 함께 시골행을 할 수밖에 없었단다. 엄마 품을 떠날 때 그 표정을 엄마는 아직도 잊지 못해. 얼마나 떨어지기 싫고 무서웠을까.
이틀이 지나 너는 큰 병이 나고 말았단다. 항상 베란다만 쳐다보고, 먹은 건 다 토해버렸다고 할머니께서 말씀해주셨어. 간 수치가 너무 높은데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는구나. 그래서 너는 5일 만에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다시 오게 되었지.
다음 날, 다시 검사를 하니 정상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14개월밖에 안된 어린 너로서는 엄마 품에서 떨어졌던 것이 큰 충격이었고 스트레스였기에 몸에 이상 증상이 생겼던 거지. 원인이… 엄마였다. 엄마 품에 다시 온 너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 무표정이었어. 엄마는 웃으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었단다. 너무 미안해서.
그 후 너는 건강하고 밝게 자랐어. 동생한테 해코지 한 번 하지 않고 잘 돌봐주고, 유치원 가서도 동생 먼저 챙겨주고. 동생의 손발 역할을 다한다고 유치원 선생님께 종종 칭찬을 듣고는 했단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이 “너 자꾸 동생 도와주고 챙겨주면, 동생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니까 이제부터는 동생 그만 챙겨줘”라고 말해서 너는 마음이 아팠다고 했지. “엄마, 나 눈물 났어. 마음이 이상했어. 혼자 구석에 가서 울었어”라고.
항상 옆에 있는 동생, 유치원 친구 돌봐주고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던 우리 딸. 엄마가 칭찬 한 번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엄마한테 이렇게 말한 적 있었지.
“유치원에서 가끔씩 엄마 생각할 때가 있어. 엄마 옆에는 항상 동생만 있어.”
너도 똑같이 어린아이였는데 엄마 사랑을 얼마나 받고 싶었을까. 그런데 우리 딸은 엄마한테 안기려고 울지도 않고, 그저 동생 옆에서 엄마만 물끄러미 쳐다봤지. 참기만 했던 너를 보면서 미안하고 안쓰러웠어.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너 때문에 걱정해 본 적이 없구나. 우리 딸은 책가방, 준비물 미리미리 챙기고 소풍이나 수련회, 수학여행 갈 때도 스스로 준비물 목록까지 메모해서 챙겨갔지. 물론 동생 준비물까지. 엄마 손 갈 것 하나 없이…. 엄마는 그때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겼어.
너는 또 지저분한 것을 싫어해서 항상 정리 정돈을 했지. 초등학교 2, 3학년 때는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엄마가 김치 하는 것을 눈여겨봤다가, 냉장고에 배추나 오이가 있으면 김치, 오이 무침을 해서 “엄마, 내가 김치 했어”라고 냉장고 반찬통에서 김치를 꺼내 맛보이고는 했어. 싱크대는 김치 담근 흔적조차 없이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해놓고. “엄마, 나 잘했지? 엄마, 맛있어?”라고 해맑게 웃던 너의 모습이 엄마는 아직도 또렷하다.
언젠가 엄마가 너에게 “엄마 많이 밉지? 엄마가 야단치고 화내면 너는 왜 말을 안 하니? 대꾸라도 해”라고 했더니 “내가 말하고 화내면 엄마 마음 더 아프잖아. 그래서 그냥 참아. 난 괜찮아, 참을 수 있어. 내가 잘못했잖아”라고 말했던 우리 딸. 엄마의 모진 말도 다 참아냈던 우리 딸. 엄마보다 마음의 그릇이 더 넓은 딸인데 엄마는 항상 너의 입장을 생각지 못하고 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어.
사춘기가 접어들면서 그동안 참고 참았던 힘든 마음들이 폭발했지. 이제야 엄마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너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단다. 미안하다, 딸아.
우리 딸 입장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했어야 했어. 문제의 원인이 엄마라는 것도 알지 못하고 항상 원인을 너에게서 찾으려고 다그치기만 했다. 너를 생각한다고 하면서 엄마 입장을 먼저 생각했던 부족한 엄마를 용서해줄 수 있겠니?
엄마라고 해서 모든 것을 잘하는 건 아니야. 감정이 앞서 실수가 많고, 딸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부족한 엄마란다. 엄마도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 중에 있어. 딸을 통해서,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엄마가 딸을 믿지 못한다고, 네가 많이 울었었지. 그래, 미안해. 우리 딸은 엄마를 믿고 따라줬는데 엄마는 딸을 믿지 못하는 모습이라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엄마가 우리 예쁜 딸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직은… 아직은 연약해서 혹여나 나쁜 것에 흔들릴까 염려해서 그런 거야. 엄마는 우리 딸이 어떤 부분에 약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넘어질까 싶어 잡아주려는 것뿐이지 믿지 못하는 건 아니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를 미워하고 탓하고 믿지 못해도 엄마 아빠만큼은 너를 사랑하고 믿고 있다는 것, 이것만큼은 잊지 말아줘.
보조개 공주!
엄마는 항상 우리 딸 편, 아빠도 항상 우리 딸 편이야. 이제는 우리 딸의 지원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엄마 아빠는 네가 쉬고 싶을 때, 기쁠 때, 슬플 때, 울고 싶을 때, 괴로울 때, 심심할 때, 화날 때, 답답할 때, 짜증날 때, 속상할 때, 심심할 때, 친구가 필요할 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서 네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쉼터란다.
우리 딸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From. 딸 바보 엄마
엄마 편지 2
사랑하는 아들에게그 흔한 생일 카드 한 번 써주지 않은 엄마가 처음으로 편지를 적어본다.
네가 태어났을 때, 여느 사람들과 같이 좋은 엄마가 되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졌었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너를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이 엄마도 느끼게 되는구나.
엄마란 단어로, 부모란 이름으로 잘해주지도 못하고 힘이 되어주지 못해 안타까울 때도 많았지. 그래서인지 부쩍 커버린 너를 보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모습에 엄마는 너의 작은 행동 변화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예민해지는구나.
너의 입장보다는 나의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려다 보니 너를 위한 이해와 배려를 하지 못하게 되고 때로는 너에 대한 전적인 믿음보다 못난 의심과 불신을 갖기도 했었다. 그래도 갖고 싶고, 놀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 텐데 떼쓰거나 고집 피우거나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하늘나라를 향한 순수한 소망으로 늘 자신의 욕심을 버려준 너에게 큰 고마움을 가지고 있단다.
앞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직 혼자의 힘만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외로운 길을 접하기도 할 거야. 그 가운데 하나가 공부일 수도 있겠지. 공부가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여기지는 않지만 너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무엇보다도 우리를 위해 희생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새벽이슬 같은 학생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라 여겨지는구나.
뉘라서 너의 아픔과 힘겨움을 나누어 질 수 있을까. 그러나 너의 오늘이 있기까지 나보다도 또 너 자신보다도, 더 너를 아끼고 귀히 여겨주시며 항상 함께하여 주시는 분이 계시지. 오래전 베드로의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해 주신 하늘 아버지처럼 너를 위한 하늘 어머니의 기도와 애절한 사랑이 숨어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거야.
어쩌면, 네가 그 사랑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의 역할로서 지금 이 순간까지 엄마라는 이 사람을 너의 곁에 두신 것 같구나.
너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들을 허락하시고 늘 사랑으로 채워주시는 하나님께 오늘도 감사드리며… 사랑한다, 태균아.
아빠 편지 1
사랑하는 아들 민석에게언제나 어린아이로만 있을 줄 알았던 우리 아들이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구나. 자신의 일을 스스로 잘해 나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걱정과 달리 대견스럽게 힘든 학교생활을 잘 견디면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도 잘 지내고, 말 못하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도 잘 참아가며 자기 자신을 잘 다스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이 정말 예쁘고 고맙단다. 그리고 집에 오면 동생들 돌보고, 엄마를 도와서 청소와 설거지까지 하려는 모습은 참 기특하다.
어느덧 이렇게 자라서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잘 해결해 나가는 우리 아들을 보면서 아빠도 힘이 나고 행복하단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아들을 보면서 ‘아빠와 아들은 많이 닮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끼고. 우리의 모습도 하나님의 모습으로 닮아가야 하겠지.
아들아! 아빠와의 관계가 항상 다정한 친구처럼 어려운 일이나 즐거운 일이나 함께하는 사이가 되면 좋겠구나. 그래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자. 아들, 파이팅!
아빠 편지 2
To.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 우리 수연세상에 태어났을 때 넌 너무 작아서 널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떻게 안아야 할지 아빠는 몰랐다. 잘 안아주지도 기저귀를 갈아주지도 목욕을 시켜주지도 못했지.
아빠가 표현이 서툴러서 너는 불만이지. 이빠는 정말로 나를 사랑할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표현을 못해도 아빠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단다.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말하는 입도 예쁘고, 아직 어리지만 학생 식구들을 챙긴다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발도 예쁘고, 성경 발표한다고 설교집을 들고 있는 손도 예쁘고. 아빠가 항상 ‘똥강아지’라고 하지만, 사실 아빠에게 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여운 딸이란다. 예쁘게 잘 자라주어서 고마워!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 너에게 풍족히 뭔가를 해주지는 못하는데, 너는 오히려 아빠를 걱정하지. 아프지 않은지 전화하고, 힘들지 않았냐고 전화하고, 식사는 했는지 전화하고… 엄마보다 더 많이 바가지 긁는 너의 전화가 아빠는 정말 행복하단다. 힘들 때 너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고 힘이 생긴단다.
붕어빵처럼 아빠를 꼭 닮은 너! 앞으로도 무럭무럭 예쁘게 잘 자라주렴. 아빠도 힘내서 열심히 일할게.
어색하지만 이제 아빠가 너에게 표현을 해보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 많이 많이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