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싫어!

저는 키 164㎝, 몸무게 52㎏의 지극히 평범한 중학교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그런데 전 벌레를 아주 싫어합니다. 아니, 무서워한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바퀴벌레, 거미는 물론 파리, 모기, 개미, 날파리 심지어 메뚜기 같은 곤충도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 벌레는 모두 부모님께서 처리하십니다.
날벌레는 전기 파리채로 잡으면 되지 않냐고요? 그걸로 잡으면 타는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슥거립니다. 아니면 벌레 퇴치제를 뿌리면 되지 않냐고요? 그럼 죽은 벌레들이 바닥에 떨어지잖아요. 아직도 숨이 붙어 있어서 꿈틀대는데 어떻게 버립니까.
제가 이런 탓에 주위에서 장난을 많이 칩니다. 손에 나뭇잎을 쥐고 “벌레! 벌레!” 하면서 말이죠. 학교에서도 이렇게 될까 봐 벌레가 아무리 무서워도 학교에서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있습니다. 제가 무서워하는 걸 알면 친구들이 어떻게 놀릴지 누가 압니까.
어릴 때는 저도 벌레, 곤충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무당벌레나 메뚜기를 채집하면서 놀고, 집 안에 벌레가 보이면 웬만하면 맨손으로 잡았지요.
지금 이렇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4학년 어느 날, 파리를 잡아서 휴지로 집어 쓰레기통으로 버리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손으로 약간 세게 눌렀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애매한 감각이 손에 느껴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벌레라면 근처도 가기 싫을 정도로 질색입니다.
지난여름에 친척들과 강원도 홍천의 산골로 놀러갔습니다. 신나게 놀다가 저녁에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습니다. 식당은 탁 트인 야외에 있어 벌레가 무지 많았습니다. 그것도 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날벌레들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벌레들이 제 주위를 날아다녀서 전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먹고 적당한 핑계를 대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먹는 도중, 커다란 풍뎅이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와 제 몸에 탁 붙는 것이었습니다.
“아아악!”
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동시에 이모부가 혼을 내셨습니다.
“사내자식이 뭐 그런 걸 무서워해! 빨리 자리에 앉아!”
하지만 무서운 걸 어떡합니까. 저는 하는 수 없이 빨리 먹고,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식당을 빠져나왔습니다.
저는 이렇게 벌레를 보는 것도 싫고, 만지기도 싫고, 벌레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너무 싫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눈에는 달이라도 명랑치 못하고 별도 깨끗지 못하거든 하물며 벌레인 사람, 구더기인 인생이랴”

욥기 25장 5~6절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인생의 모습이 한낱 벌레와 같은데,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인생들이 사는 곳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잡아주시며 천국에 가자고 따뜻하게 보듬어주십니다.
아마 저에게 벌레로 태어나서 벌레들과 같이 살아가라고 한다면 절대로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셨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요.
어서 이 육신의 모습을 벗고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으로 변화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영혼의 본향 하늘나라로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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