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인터뷰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었던 추억은?
집에 소를 키우는 작은 목장이 있었다. 겨울이 되면 방목장에서 이글루를 만들어 눈놀이를 했다. 눈을 산처럼 쌓아서 삽으로 출입구를 만든 다음, 눈을 파내고 안으로 들어가 배고픔도 잊고 정신없이 놀았다. 눈싸움도 하고 눈썰매도 타고…. 지금도 눈이 오면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고구마 야채 튀김. 양파, 당근 등 여러 야채와 고구마를 버무려서 튀긴 음식이다. 직접 밭에서 캔 고구마로 형제들과 옹기종기 모여 만들어 먹었다.
고등학생 때 전교 1등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교 1등의 공부법은?
시험 한 달 전에 공부를 시작해서 시험이 일주일 남았을 때부터는 독서실을 다녔다. 참고로 새벽에 공부하면 암기가 더 잘 된다.
내가 태어났을 때 기분은?
너무 기뻤다.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기뻤다.
많이 자란 나를 보며 드는 생각은?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자라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엄마 인터뷰
아빠와 똑같은 질문을 드리겠다.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었던 추억은?
강원도 산골에 살아서, 산 넘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국민학교에 다녔다. 아침에는 학교 가느라 바빠도 하교할 때는 여유롭게 친구들과 놀았다. 지나가다 예쁜 꽃을 보면 한 손 가득 움켜쥐어보고, 참외, 무, 살구 밭에서 서리하며 배고픔도 달랬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옛날에는 정 많은 어른들이 보고도 모른 척해주셨기에 가능했다. 한여름에는 너무 더우면 작은 냇가에서 친구들과 책가방을 내려놓고 물놀이를 즐겼다. 목마르면 산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마시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경험할 수 없는 일일 거다.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방학 때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도넛. 엄마는 직장을 다니느라 바쁘셔도 간식은 꼭 챙겼다. 밀가루, 버터, 계란, 설탕을 섞은 반죽을 밀대로 밀고,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 낸 다음 다시 작은 병뚜껑을 가운데 찍어 구멍을 만들고 기름에 튀기셨다. 소쿠리 한가득 도넛을 만들어주셨는데 언제 다 먹지 해도 어느새 바닥이 보였다. 몇 개 남지 않았을 때 먹으면 정말 꿀맛이었다.
아빠는 고등학교 당시 전교 1등을 했다는데 엄마는?
(코웃음 치며) 나도 상위권이었다.
사실인가? 그렇다면 공부법은?
사실이다. 무조건 암기. 크크크.
내가 태어났을 때 기분은?
진짜 내가 낳은 아이가 맞는지 신기하고 좋아서 매일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필름 현상하러 사진관에 자주 갔다. 나중에는 사진관 사장님이 “또 찍으셨어요? 아기가 참 예쁘네요”라고 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너를 데리고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주사 맞으면서 우는 조그만 너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같이 울었다. 그런데 벌써 고3이라니.
많이 자란 나를 보며 드는 생각은?
태어난 지 엊그제 같은데…. 사춘기라 가끔씩 다투지만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컸구나 싶고,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내년이면 우리 딸이 새벽이슬 청년이다. 내가 다 떨리고 기대된다. 딸은 지금처럼만 하면 하나님께 기쁨 드리는 청년이 될 수 있을 거다. 아니모!
무뚝뚝하지만 가족을 위해 힘쓰는 아빠, 재미있고 편안한 친구 같은 엄마. 아빠 엄마는 원래부터 아빠 엄마인 것 같았는데 나처럼 추억 가득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선했다. 그 좋은 시절을 뒤로하고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내가 어른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항상 옆에 있어주고 언제든 의지할 수 있게 해준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