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도 엄마는 제 침대에 누워 저와 수다를 떨다 잠드셨습니다. 방학이라 한낮에 일어나던 저는 한참 후에야 잠들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맞춰둔 적 없는 알람이 울렸습니다. 밖은 해도 뜨지 않아 깜깜했습니다. 그때 엄마가 부스스 일어나 베개를 세로로 돌려놓으셨습니다. 잠버릇이 심한 제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요. 이불 밖으로 빼꼼 나온 제 발을 다시 이불로 덮어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불빛이 새어들지 않게 방문을 꼭 닫고 주방에서 간단히 아침을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화장실을 핑계로 주방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밥을 물에 말아 연근조림과 드시고 있었습니다.
“엄마! 이렇게 먹으면 소화 안 된대도.”
“조금만 먹어서 괜찮아. 잠 깨니까 얼른 들어가 자.”
저는 못 이기는 척 다시 방에 들어가 누웠습니다. 세로로 누인 베개 옆에요.
“침대에서 굴러떨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저녁에 봐, 딸랑구!”
엄마는 나가기 전 애정 섞인 인사와 함께 뽀뽀를 퍼부었습니다. 저도 알겠다며 손하트를 날려드렸지요. 도어락 소리가 들리자 괜스레 방이 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알지 못하던 엄마의 새벽을 보아서인지 펑펑 울음이 나왔습니다. 엄마를 부르며 보고 싶다고 울었습니다. 아기처럼요.
엄마는 저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고, 잠들 때도 제 곁을 지키십니다. 엄마의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요? 엄마의 온기가 담긴 베개 옆에서 헤아릴 수 없는 그 사랑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