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꽃샘추위가 코를 빨갛게 만들던 작년 이른 봄, 친한 언니의 졸업식 날 선물할 꽃다발을 사러 집을 나섰습니다. 꽃을 직접 사는 것은 처음이라, 찬 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신중하게 살피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꼭 고르기로 다짐하고 집 근처 꽃집으로 향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가게 문을 열자마자 꽃집 아주머니의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꽃향기가 한가득 퍼졌습니다. 언니에게 어울리는 꽃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향기가 진한 꽃과 은은한 꽃, 강렬한 색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과 수수한 빛깔의 얌전한 꽃, 수시로 관리해야 하는 예민한 꽃과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묵묵히 잘 자라는 꽃….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꽃들이 가게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제 걸음은 꽃다발이 진열된 선반 앞에서 멈췄습니다. 따로 있을 때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꽃들이 한데 묶여 예쁘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그중 수수하지만 진한 향기를 풍기는 꽃다발을 골라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서도 한참 꽃다발을 바라보았습니다. 향기가 나지 않는 꽃은 향기 나는 꽃이 함께 있어주고, 자신들의 색으로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꽃들을 보며 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며칠 후, 우연히 방에서 초등학생 때 방학 숙제로 만든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어릴 때라 글씨도 삐뚤빼뚤, 맞춤법도 엉망이었지만 순수한 내용이 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꽃 같습니다. 외모부터 환경, 성격까지 다 다르지만 마음속에 사랑을 품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면 하나님께서도 미소 지으실 겁니다. 이따금 세찬 바람이 불어올 때는 형제자매와 손잡고 시련을 이겨내고 싶습니다.
오늘도 형제자매와 연합하여 아름다운 시온의 향기를 퍼뜨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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