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 가족

‘막내는 부모와 가장 짧게 살다 헤어진다.’
중학교 1학년 때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고 머리가 띵했다. 오빠, 언니보다 엄마 아빠를 늦게 만나 가장 짧게 함께한다는 것이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잘해야지’ 마음먹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10대의 끝자락에서 지난 시절을 반성하며 부모님을 인터뷰해 보겠다.


저의 어떤 점이 아빠 엄마와 닮았다고 생각하세요?

아빠(이하 빠): 어떤 일이든 하려고 할 때. 대충대충 하는 태도가 아니라 확실하고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닮았지. 그리고 키나 체형이 쏙 빼닮은 걸 보면 신기해.
엄마(이하 엄): 비슷한 음식 취향! 비위 약하고, 해산물 싫어하니까 ‘이런 것까지 나를 닮았구나’ 생각하지.

제가 태어났을 때 심정이 어땠어요?

빠: 아, 뭐라 해야 할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할까? 이건 정말 말로 설명 못해.
엄: 나는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씩 있는지부터 확인했어.
빠: 태반검사(태아태반기능검사, 태아의 발육·기능 상태 등을 파악하는 검사) 때, 아이가 심장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했거든.
엄: 오빠, 언니 다 건강하게 태어났으니까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여겼지만 괜히 걱정됐어. 그래서 건강하게 태어났는지부터 확인했던 것 같아. 건강하고 예쁘게 태어나 줘서 다행이고, 고마워.

지금 제 나이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빠: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경찰이 될 거야. 꼭 하고 싶은 직업이었어.
엄: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책을 더 많이 읽고 ‘문학소녀’의 삶을 살래.

학창 시절의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빠: 꿈 많은 아이. 하고 싶은 게 많았거든.
엄: 문학소녀. (웃음) 방금 말했듯이 학교 다닐 때 책도 많이 읽고, 편지도 많이 쓰고…. 하여튼 그런 걸 참 좋아했어.

현재의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빠: ‘행복한 우리 가족’. 가족이 다 행복하니까. 가정에 아픈 사람 없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지.
엄: 나도 아빠랑 같아.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함께 살아서 행복해.

제가 어떨 때 기쁘고, 반대로 어떨 때 속상하고 슬픈가요?

빠: 밥 잘 먹을 때 최고 행복하고! 밥 잘 안 먹을 때 제일 가슴이 쓰라려…. (웃음바다. 그러나 아빠는 굴하지 않고 진지했다.) 나무가 물을 먹고 튼튼하게 자라는 것처럼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챙겨 먹으란 말이야.
엄: 나는 간단해. “엄마, 사랑해”라고 말할 때 기쁘고, 반대로 말 안 듣고 언니랑 티격태격하는 거 볼 때 마음이 안 좋아.

마지막으로 지금 저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빠: 밥 잘 무라, 제발.
엄: 사랑해.


글을 정리하기 위해, 녹음한 엄마 아빠 인터뷰를 다시 들었다. “현재의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엄마 아빠는 “가족”이라고 대답했다. 행복한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목소리였다. 대화 중에는 미처 못 느꼈다. 듣고 또 들으며 울컥했다.
부모님 사랑을 크게 느꼈다. 부모님의 사랑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막내로서 받기만 했던 사랑을 가족들에게 나누고 베풀겠다고 다짐한다. ‘막내니까’ 마냥 어리게 행동할 것이 아니라 ‘막내라서’ 부모님을 더 생각하고, 가족을 진심으로 위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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