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친구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희 반에서 특별한 게임이 진행되었습니다. 게임 룰은 반 친구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하나 제비 뽑은 다음, 내가 뽑은 친구에게 들키지 않고 선물이나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비밀 친구지요.
며칠 후, 선물이나 편지를 받은 친구들이 하나둘 생겼습니다. 저도 비밀 친구로부터 간식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물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관심’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들떴습니다.
저도 비밀 친구로서 한 친구에게 직접 구운 빵과 편지를 조심스레 전했습니다. 편지에는 친구의 칭찬할 점을 적는 것이 룰이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몰래 관찰(?)하느라 힘들었지만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친구를 보니 덩달아 기뻤습니다.
반 친구들이 부쩍 친해졌을 때, 게임이 종료됐습니다. 서로의 비밀 친구를 확인하고, 소감을 나눴습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누군가 나를 칭찬해 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기분이 좋았다”, “누가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니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확실히 이 게임 덕분에 새로운 친구들과 빨리 가까워졌고, 어색했던 반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꾸준히 관심을 갖는 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제비 뽑은 친구에게 소홀해지기도 했고, 오히려 친구가 제 수고를 알아줬으면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비밀 친구의 관심은 잊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선물받을 때의 고마운 마음도 무뎌졌습니다.
제게 늘 관심을 두고, 도움을 주시는 분이 떠올랐습니다. 제 어려움을 기꺼이 대신 짊어지시고, 6천 년 전부터 천국이라는 값진 선물을 준비해 주신 하나님입니다. 저는 하나님의 수고와 노력을 당연히 여기며 감사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항상 저를 관심의 전부로 여기고 한결같은 사랑을 주십니다. 더 이상 그 사랑에 무뎌지지 않겠습니다. 저도 늘 하나님께 관심을 두고,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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