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일요일 아침 7시, 눈을 떴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가볍게 밥 먹고 옷을 갈아입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쌍둥이 남동생과 둘이서 동네 뒷산을 오른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거리는 조용하고 날씨는 선선하고 하늘은 맑았다. 산 입구에 서자 평소 지나치던 등산 안내도가 눈에 띄어 살폈다. 우리가 모르는 길이 보였다. 휴대폰 카메라로 지도를 찍은 뒤 새로운 등산로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맞나?”
익숙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언덕길 주변에는 나무가 울창하고, 드문드문 아담한 단독주택들이 보였다. 길을 따라 계속 쭉 올라가니 드디어 초록색 철창이 세워진 입구가 나타났다.
산으로 들어섰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 짹짹거리는 새소리,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산이 다 비슷하긴 하지만 낯선 곳에 오니 신선했다. 산을 오르고 올랐다. 산 정상은 보호구역이었다. 출입 제한 팻말 앞에서 새로운 길 탐험이 끝났다. 숲과 잘 어울리는 새노래 경음악을 들으며 산을 내려왔다.
문득 신기해졌다. 어린나무들이 자라 커다란 숲이 되고, 길 따라 시냇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크고 작은 동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꼬박꼬박 물을 줘도 힘없이 죽어 나간 우리 집 식물들을 생각하면 울창한 산이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은 돌보는 사람도 없이 어떻게 유지될까?’
생각을 곱씹을수록 놀라웠다. 산이 유지되고, 밤이 되면 달이 뜨고 낮이 되면 해가 뜨고, 우리가 숨을 내쉬고 마시고…. 평범한 일상이 전부 기적 같았다. 그러나 저절로 우연히 되는 일은 없다. 이 모두가 만물을 창조하고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계신다는 증거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우주의 비밀을 설계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자녀라니!
너무나 당연해 스쳐 보낼 뻔한 시간 속에서, 삼라만상을 이끌어 나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흔적, 그 놀라운 기적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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