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들아, 동그랗게 책상 붙여서 앉아볼래? 번호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리에 앉아도 좋아.”
다 같이 둘러앉자 선생님은 각 사람 앞에 큰 도화지를 한 장씩 주셨습니다.
“이제부터 롤링페이퍼를 쓸 거야. 맨 위에 자기 이름을 쓰고,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 돼. ‘그동안 고마웠다, 미안했다’ 이런 말들.”
다들 도화지에 자기 이름을 쓰고 옆 친구에게 돌렸습니다. 제 옆에 앉은 가장 친한 친구의 도화지가 저에게 처음으로 왔습니다. 저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손을 움직였습니다. 써도 써도 부족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빽빽하게 쓴 글을 뿌듯해하며 옆으로 넘길 즈음, 또 다른 친구의 도화지가 제 앞으로 왔습니다. 이 친구 역시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무슨 말을 적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글이 술술 써졌습니다.
그런데 도화지를 돌리면 돌릴수록 손이 멈칫멈칫했습니다. 인사만 하던 사이, 서먹한 사이 등 그다지 친하지도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친구에게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같이 보낸 시간이 없으니 추억도 없고, 사과할 일도 없고, 고마운 일도 없어 애써 쥐어짜낸 응원의 말만 어색하게 몇 마디 쓰고 넘겼습니다. 오래 고민해서 적었지만 친한 친구에게 30초 동안 쓴 글에 비해 반의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제 도화지가 23명을 거쳐 저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친구들이 써준 글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습니다. 역시나 친한 친구들은 글을 가득히 남긴 반면 친하지 않은 친구들은 저와 마찬가지로 짧게 썼습니다. 심지어 ‘안녕’이라는 두 글자만 덩그러니 있기도 했습니다.
얼마 후 교회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녀에게 남기신 편지와도 같다.”
하나님께서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느껴졌습니다. 롤링페이퍼를 쓸 때 내가 사랑하는 친구일수록 많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저를 많이 사랑하시기 때문에 성경이라는 두꺼운 편지를 남기신 것이겠지요. 수많은 편지지에 사랑의 말씀, 당부의 말씀 그리고 위로의 말씀을 가득 채워주시고, 그것도 모자라서 진리 책자까지 남겨주셨습니다.
롤링페이퍼에 글을 가득 써준 친구에게는 고마워하면서, 저를 위해 어마어마한 편지를 남기신 하나님께는 감사하기는커녕 편지를 소홀히 여기고 무성의하게 읽기 일쑤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더없는 사랑을 이렇게 넘치도록 표현해 주셨는데도 때로는 하나님께서 과연 나를 기억하시고 사랑하실까 하며 그 사랑을 의심했습니다. 만약 제가 진심을 다해 적은 편지를 상대방이 다 읽지도 않고, 제 마음을 무시한다면 정말 속상하고 화도 날 겁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경 말씀은 하나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는 증거입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애정이 담긴 편지를 저도 사랑으로 읽고, 당부의 말씀대로 실천하며 기도로 정성껏 답신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