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아야, 너 동생이 생긴 것 같아.”
이럴 수가. 동생이 또 생긴다니! 두 살 아래 여동생이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해서 질투가 났는데, 또 부모님의 사랑을 차지할 사람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눈물 날 정도로 싫었다.
엄마의 홀쭉했던 배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러왔다. 엄마 따라 병원에 가면 모니터로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엄마의 배 속에서 동생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란 동생이 밖으로 나올 때가 되었다.
“윤아, 윤미.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해. 엄마 아빠 갔다 올게!”
늦은 밤, 엄마 아빠는 미리 싸두었던 출산 가방을 들고 병원으로 갔다. 다음 날은 엄마 아빠가 없는 것 빼고는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빠에게 문자가 왔다. 문자에는 아기 사진이 있었다. 마구 웃음이 났다. 낙엽이 흩날리는 어느 화창한 가을날, 그렇게 동생이 태어났다.
저녁에 아빠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병실에 누운 엄마는 몹시 힘들어 보였지만 나와 여동생을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드디어 사진으로만 봤던 아기, 내 동생을 만날 차례였다. 신생아실에서 세상에 나온 지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동생을 봤다.
“안녕, 동생! 나는 네 첫째 누나야.”
동생은 아주 작고 아주 귀여웠다.
엄마가 퇴원해서 집 근처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후로는 자주자주 엄마와 남동생을 보러 갔다. 학교 끝나자마자 가고, 학원 갔다가 끝나면 여동생과 또 갔다. 작고 귀여운 생명체였던 남동생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처음에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갛더니 점점 살굿빛이 돌았고 통통하게 살도 올랐다.
하루는 산후조리원으로 신나게 뛰어가다가 넘어졌다.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너무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고 엉엉 울자 지나가던 어른들이 부축해서 약국까지 데려다주었다. 아빠는 회사에서 허겁지겁 달려와 나를 병원에 데려갔다. 치료를 받고 곧장 엄마에게 갔다. 내 모습에 놀란 엄마는 “윤아 다쳤다는 전화 받고 울었어”라며 슬퍼했다. 그날따라 엄마 없이 집에 가기 싫어서 울었다. 엄마도 같이 울었다. 엄마는 얼른 집에 가겠다며 나를 겨우 달랬다.
한 달 후 드디어 엄마와 남동생이 집에 왔다. 무척 행복했다. 한 달 전 출산 가방을 챙겨 떠난 엄마가 우리 집의 새 식구, 동생과 함께 온 것이다. 네 식구는 다섯 식구가 되었고, 나는 언니이자 첫째 누나가 되었고, 여동생은 둘째 누나가 되어 막내 탈출을 했다.
사실 조그마한 갓난아기가 막냇동생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하지만 분유도 먹이고 “까꿍” 하며 놀아주고, 울면 달래면서 슬슬 동생에게 사랑이 싹텄다. 나중에는 용돈으로 삑삑이 장난감을 사 가기도 했다. 여동생은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갑자기 동생이 생기고 모든 관심이 막내에게 쏠리니 질투가 난 것이다. 어린 동생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관심을 끌려는 이상행동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서서히 질투심이 줄어들고 동생을 예뻐했다.
그로부터 9년이 흘렀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천방지축 여동생은 중2, 말도 못하고 옹알옹알하던 막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싸우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언제 싸웠냐는 듯 하하 호호 웃으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부모님에게는 누구 하나 안 귀한 자식이 없다. 갓난아이도 큰 아이도, 옆에 있어도 옆에 없어도 노심초사 자녀 걱정이다. 이러한 한 사랑 아래서 우리는 성장하고, 티격태격해도 서로를 사랑한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이 관계가 바로 가족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