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회

고3 송별회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코로나19로 교회에 모여 송별회를 하지 않고, 롤링 페이퍼를 적어 고3 선배들에게 전해주기로 했습니다. 롤링 페이퍼를 전달하는 일은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쓴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얼굴을 못 본 지 오래되어 어색할 수 있었을 텐데, 학생들은 고3 선배들과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을 담아 응원의 글을 적었습니다. 사절지 양면이 가득 찰 정도로요.
여기서 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았습니다. 저는 대학 입시, 학교 시험 등에만 정신을 쏟고 고민하느라 학생부 형제자매님들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겉으로는 하늘 가족이라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우리가 정말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사랑 없는 믿음 생활을 했던 것입니다. 이번 계기로 학생들이 서로를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는지 알았고,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하늘 가족임을 깨달았습니다.
떠올려보면 하늘 가족과 웃으며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따뜻한 하늘 가족의 품을 떠나 잃은 양처럼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을 형제자매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옵니다. 사실 저도 하나님을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먼저 손 내밀어준 학생들을 통해 다시 하나님께 나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다시 하늘 가족의 사랑에 무감각해지고, 저처럼 길을 잃고 헤매는 형제자매를 챙기지 못했으니 정말 죄송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누구도 외롭지 않게 믿음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십니다. 더 이상 저만을 위하지 않고 주위의 하늘 가족들을 돌아보며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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