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근처 할머니 댁에서 생활하느라 몸은 멀리 떨어져 지내도 마음은 가까운 언니. 현재 방학을 맞아 집에 온 언니를 인터뷰하러 같이 가보실까요?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박주영의 언니 박혜진입니다.
가족 소개도 부탁드려요.
직장 다니는 아빠, 주부 엄마, 대학생인 저 그리고 고등학생 여동생. 이렇게 평범한 4인 가족입니다.
집안의 첫째인데, 첫째의 역할이 있나요?
역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해요. 좋은 것을 나눠주는 배려도 필요하고요. 부모님을 돕는 역할과 가족 간의 중재자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그럼 첫째의 고충은 무엇인가요?
늘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 동생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부담돼요. 첫째는 많은 것을 가지는 대신 그만큼 부담스러운 자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동생이 되고 싶었던 적도 많아요.
제가 듣기로는 어릴 적에 동생을 미워했다고 하던데, 이유가 있나요?
저는 기억나지 않지만, 동생이 갓난아이였을 때는 동생을 아주 예뻐했다고 해요. 하지만 제 기억 속의 동생은 저한테 대들고, 저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어요. 화가 쌓이다가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생을 미워하게 된 결정적인 일이 터졌죠. 둘이 같이 쓰는 방이 더러워서 엄마한테 혼난 적이 있어요. 엄마가 쓰레기봉투를 주면서 방 청소를 시키셨는데 엄마가 나간 사이에 동생이 “언니, 엄마가 필요 없는 거 버리라고 했지?” 하면서 스티커, 지점토, 볼펜 등 평소에 가지고 싶어 했던 제 물건을 몰래 가져가서 숨겼어요. 그러고 나서 제 교과서와 자기 교과서를 쓰레기봉투에 넣고는 다 정리했다고 나가는 거예요. 이 상황을 모르는 엄마는, 버리라는 쓰레기는 안 버리고 교과서만 버렸다고 저를 혼내셨어요. 제가 안 그랬다고 했지만 동생이 모르는 척해서 더 혼났죠. 지금 생각해도 얄밉네요.
그랬군요. 오히려 저는 언니가 저를 괴롭혔던 기억만 나는데…. 괴롭힌 것 역시 동생이 미워서 한 행동이었나요?
맞아요. 동생과 2층 침대를 사용했는데 동생은 1층, 저는 2층에서 잤어요. 밤마다 자려고 누우면 동생이 너무 괘씸한 거예요. 그래서 침대 계단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2층 침대 밖으로 발이나 손을 내밀어서 동생을 놀라게 했죠. 당시 동생이 어리고 겁이 많아서 그런지 반응이 커서 좀 통쾌했어요. 얼마 못 가 동생이 엄마한테 말해서 들켰지만요. 저도 참 짓궂은 언니였네요.
지금 동생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줄곧 동생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타 지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달라졌어요. 방에 혼자 누워 있으면 시비 걸던 동생이 떠오르더라고요. 방에 모기가 돌아다니면, 제가 모기 보고 소리 지를 때마다 곧바로 살충제를 들고 집이 무너지듯 달려오던 동생의 모습도 생각나요.
본가에 오면 동생이 같이 자자고 할 때가 있어요. 그때 먼저 잠든 동생의 발가락 하나하나에 스마일 그림을 그리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 되었어요. 요즘은 연락도 자주 해요.
동생이 자랑스러웠거나 기특했던 적이 있나요?
방학이라 오랜만에 본가에 와서 동생을 보니 예전의 동생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철없던 동생이 지금은 온라인 예배 때 기도도 하고, 예배 전에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 참 기특했어요. 또 온라인 학생캠프에 참여한다고 평소처럼 늦잠 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서 감탄했습니다.
앞으로 동생과의 관계는 어떨 것 같아요?
동생이 없었다면 심심하고, 진정한 내 편이 없었을 것 같아요. 부모님께 혼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동생에게 다 털어놓았거든요. 때로는 싫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동생이 마냥 귀엽고, 남 주기 아깝다고 생각해요. 동생이 성인이 된 후에는 더욱 관계가 돈독해질 것 같아요.
현재 형제자매 사이가 어색한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누구든 먼저 손 내밀어주고, 사소한 것에 함께 기쁨을 느끼려고 노력한다면 마음이 열려서 사이가 개선될 거예요.
끝으로 동생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쭈야, 불 끄고 방문 닫고 나가줘. 그리고 쭈야, 엄마한테 고양이 키우자고 말해줘.
저와 같은 초·중·고를 다닌 언니는 제가 수업 준비물을 집에 놓고 오면 자기 친구들에게 빌려서 가져다주고, 저에게 친구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도와주는 든든한 제 편이었습니다. 수시로 말 걸고 장난치던 언니가 대학생이 되어 집에 없으니 공허하고, 집안 분위기마저 조용해졌습니다.
언니와 가벼운 이야기는 나눠도 진솔한 대화를 할 기회는 없었는데 언니를 인터뷰하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릴 때 티격태격하던 일도 이제는 다 행복한 추억이 된 듯합니다.
의지가 되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갈 언니를 제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