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 上

# 깊은 산속 옹달샘에 누가 갈까?

“지금부터 사랑산 꼬마 방범대 회의를 시작하겠다.”
방범대장 꼬미 주위로 방범대원들이 올망졸망 모여 앉았습니다. 꼬마 방범대는 다람쥐 꼬미와 노루 바비, 토끼 나나, 곰 토리, 뱁새 뚜 다섯 마리의 아기 동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늘 회의 안건은 나나가 설명한다.”
“사랑산 깊숙한 곳에 이상한 옹달샘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 그곳에 간 동물들은 울면서 나오고 계속 밥을 안 먹는대.”
나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대원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대원들이 머리를 둥글게 맞대자 나나가 속삭였습니다.
“아마도….”
“아마도?”
침을 꼴깍 삼키는 순간!
“으악!”
땅 위로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습니다. 땅굴을 파던 두더지 아주머니였습니다. 대원들은 놀라서 여기저기 나자빠졌습니다.
“어머나, 회의 중이었구나.”
대장 꼬미가 꼬리에 묻은 흙을 털며 두더지 아주머니에게 대답했습니다.
“사랑산 깊숙한 곳에 있는 옹달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옹달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두더지 아주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그 옹달샘이라면 말도 마. 우리 애도 얼마 전에 거기 갔다 와서는 밤새 울기만 하더니 지금은 통통한 지렁이를 가져다줘도 먹질 않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대답이 없고.”
한숨을 푹 내쉰 두더지 아주머니가 힘없이 땅굴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옹달샘이 심상치 않은 장소인 건 확실하군.”
꼬미가 심각하게 말하자 대원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습니다.
“호랑이 아저씨라도 있나?”
“무시무시한 사냥꾼이 출몰하는 건 아닐까?”
“옹달샘이 아니라 늪 같은 걸지도 몰라!”
꼬미가 대원들을 진정시켰습니다.
“진정, 진정! 우리 앉아서 이러지 말고 잠복 수사를 해보자. 어때?”
“좋아!”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자, 그럼 옹달샘에 누가 갈래?”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서로 눈치만 보는데, 꼬미가 선수를 쳤습니다.
“대장은 빠진다. 절대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고, 원래 이런 일은 대원들이 하는 거야.”
이어서 나나, 바비, 토리까지 꽁무니를 뺐습니다.
“사실 아까부터 배가 아팠어. 아침에 먹은 풀이 상했나 봐.”
“나는 몸살 날 예정.”
“난 누나 심부름 가야 돼.”
“토리 너 형제 없잖아.”
“아무튼 그래.”
대원들의 시선이 아무 말이 없는 뚜에게로 향했습니다. 뚜는 눈이 커져 날개를 파닥거렸습니다.
“나?”
뚜의 의지와 상관없이 “날개가 있으니 위험할 때 멀리 도망갈 수 있잖아”, “작아서 숨기 좋겠네” 등 다수결의 의견으로 뚜가 잠복 수사를 맡았습니다.
사교성 좋은 바비가 친구들에게 물어물어 옹달샘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뚜는 바비가 알려준 길대로 날아갔습니다. 얼마나 날았을까요. 울상을 한 토끼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토끼 앞에는 옹달샘이 있었습니다. 뚜는 나뭇가지 위에 조심스럽게 앉아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네 얼굴 좀 봐! 특히 그 툭 튀어나온 이빨! 진짜 못생겼어. 푸하하!”
토끼는 울음을 터트리며 뛰어갔습니다. 누가 토끼에게 말했을까, 뚜는 옹달샘 주위를 훑어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에도 뚜는 옹달샘이 보이는 나무에서 잠복했습니다. 아침부터 자리를 지켰지만 점심이 지나도 옹달샘 근처는 평온했습니다. 잠시 후 스컹크가 나타났습니다. 스컹크는 목이 말랐는지 옹달샘으로 달려와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으악, 냄새!”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물만 마시려고 했단 말이야!”
“저리 가! 더러워!”
“흥, 너는 뭐 깨끗한 물인지 아니?”
화가 난 스컹크는 옹달샘을 향해 꼬리를 들고 물구나무를 서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를 발사하고 사라졌습니다. 나무 위에 있는 뚜까지 어지럽게 하는 악취였습니다.
“더러운 스컹크! 너한테는 내 물 한 방울도 안 줄 거야!”
뚜는 숨을 쉬기 힘든 와중에도 소리가 나는 곳을 자세히 바라봤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옹달샘이었습니다!

# 옹달샘 작전 Ⅰ

사랑산 동물들을 언짢게 한 범인이 옹달샘이란 사실이 밝혀지자 나나도 뚜와 함께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잠복하지 않고 옹달샘에 직접 가보기로 했습니다. 나나가 옹달샘 가까이 다가가 샘물에 자신의 모습을 비췄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수면이 일렁이더니 옹달샘이 말했습니다.
“너는 왜 다리가 머리에 달렸니?”
“뭐?”
“풉! 미안. 귀가 너무 커서 다리인 줄.”
“저게!”
욱한 나나가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뚜가 푸드덕 날아올라 나나를 가로막고 속삭였습니다.
“방범대의 본분을 잊지 마. 일단 멀리서 지켜보자.”

뚜와 나나는 가는 척하고는 멀찍이서 옹달샘을 지켜봤습니다. 한참이 지났지만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나가 지루한지 하품을 했습니다. 뚜도 지쳐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옹달샘이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옹달샘이 한숨을 내쉬는지 물결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그러게. 이런 외진 옹달샘에 누가 와. 와도 물만 먹고 다 떠나는데. 차라리 아무도 안 오는 게 나아.”
뚜와 나나는 바로 사랑산 마을로 내려와 방범대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꼬미가 두 대원의 보고를 듣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옹달샘이 외로워한다는 거지?”
“응, 워낙 깊은 데 있으니까 누가 잘 오질 않아.”
“옹달샘도 말은 못되게 하지만 동물들이 떠나고 나면 후회하는 것 같고.”
뚜와 나나의 말에 토리가 갸우뚱거렸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하게 됐을까? 이유를 알아야 동물들의 기분도 풀 수 있을 텐데.”
토리의 말에 모두가 생각에 잠겼습니다. 바비가 의견을 냈습니다.
“우리가 돌아가면서 옹달샘을 찾아가자! 계속 찾아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친해지는 거야!”
“찬성!”
다들 동의했지만 나나는 조금 걱정스러웠습니다.
“저기 얘들아. 옹달샘이 어떤 말을 하든 참아야 할 거야.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로 마음을 후벼 파거든.”
“그럼 좋은 말을 들려주자. 칭찬도 해주고!”
“좋은 생각이야, 토리. 그리고 나는 대장으로서 우리 대원들이 어떤 시련과 아픔도 이겨내리라 믿는다. 그럼… 이번 옹달샘 작전에 다 찬성하는 거지?”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작전 수행 전에 구호를 외치겠다.”
대원들이 동그랗게 모이자 꼬미가 선창했습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 누가 갈까?”
대원들이 다 함께 외칩니다.
“우리가!”
사랑산 꼬마 방범대원들은 조를 짜서 매일 옹달샘을 번갈아 찾아갔습니다. 임무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꼬미는 “얍삽하게 생겼다”, 바비는 “다리가 부러질 것 같다”, 토리는 “미련 곰탱이”, 뚜는 “황새 쫓다 다리 안 찢어지게 조심해라” 등 별별 말을 다 들었으니까요. 대원들은 화가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꾹 참고 옹달샘 곁에 머물렀습니다. 사랑산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옹달샘에게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옹달샘의 비아냥거림이 줄었습니다. 조용히 대원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웃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꼬마 방범대 전원이 옹달샘으로 소풍을 왔습니다.
“시끄럽게 왜 다 여기 와서 난리야.”
옹달샘은 투덜투덜하면서도 더 이상 뭐라 하지는 않았습니다. 옹달샘에 둘러앉아 과일을 먹었습니다. 갑자기 뚜가 옹달샘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며 말했습니다.
“내가 날아다니는 모습은 이렇구나. 옹달샘 덕에 나를 자세히 볼 수 있게 됐어.”
“나는 저번에 코가 간지러워서 옹달샘을 들여다봤더니 딱정벌레가 코에 앉아 있었지 뭐야.”
“인간들은 자기 얼굴 보려고 ‘거울’이라는 걸 쓴다는데, 우리한테는 옹달샘이 거울이다. 그치?”
“거울이라는 거 하루라도 안 보는 인간은 없대. 인간들에게 꼭 필요한 건가 봐.”
“그럼 옹달샘도 꼭 필요한 존재네!”
가만히 있던 옹달샘이 불끈했습니다.
“필요할 때만 찾는 존재겠지! 나는 그냥 웅덩이 물일 뿐이야. 평생 이렇게 깊은 데서 고여 있을 거라고!”
옹달샘 물결이 크게 진동했습니다. 그리고 옹달샘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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