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 下

# 옹달샘 이야기

“이야, 이 깊은 산속에 옹달샘이 있네.”
청록빛 깃털을 가진 새 한 마리가 옹달샘으로 날아왔습니다.
“옹달샘?”
“그래, 네가 옹달샘이야. 생긴 지 얼마 안 된 옹달샘이구나? 나는 파랑새야.”
파랑새는 목을 축이고는 굉장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작디작은 옹달샘이 나중에는 크고 넓은 ‘강’이라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옹달샘은 두근거렸습니다. 여름 한 철 숲에 머물던 파랑새는 그동안 자신이 날아다니며 본 세상의 모습을 옹달샘에게 매일 들려주었습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즈음 파랑새가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난 떠나야 해. 추워지면 여기 있을 수 없거든.”
“이제 못 보는 거야?”
“따뜻해지면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지금처럼 맑은 심성으로 샘물을 베풀면서 계속 흐르고 흘러줘.”
옹달샘은 파랑새와 헤어진 뒤에도 파랑새의 말을 기억했습니다. 동물들에게 기꺼이 물을 내주었고, 동물들은 옹달샘에 세수하러 오거나 편히 쉬었다 갔습니다. 옹달샘은 하루하루가 행복했습니다.
어느 날, 옹달샘 옆에 있던 나무가 말했습니다.
“너 설마 그 파랑새 말을 믿는 거야? 파랑새가 한 말은 다 거짓말이야.”
“파랑새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나무는 옹달샘을 비웃고는 파랑새와 전혀 다른 말을 했습니다.
“계속 이곳에서 살아온 나와, 잠깐 이곳에 들른 파랑새 중 누가 더 너를 잘 알겠어? 그냥 지나가던 새 한 마리가 빈말한 거야. 네가 강이 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너는 그냥 고인 물일 뿐이라고. 그렇게 작은 물줄기로 흘러서 어느 세월에 강이 돼? 동물들처럼 날개나 다리가 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옹달샘은 절망했습니다. 나무의 말처럼 자신이 물웅덩이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후로 옹달샘은 자신에게 비치는 노루의 쭉 뻗은 다리, 토끼의 재빠른 발, 새의 화려한 날개를 보면 질투가 났습니다. 자신은 가질 수 없었으니까요. 동물들은 자신에게 물을 공짜로 얻어가면서 고맙다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비뚤어진 마음은 비뚤어진 말로 나갔습니다.
“너는 다리가 왜 그렇게 울퉁불퉁하니?”
“날개 무늬가 너무 지저분하다.”
깊은 산속 작디작은 옹달샘에 찾아오는 동물들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옹달샘의 이야기를 들은 꼬마 방범대원들의 표정이 심각했습니다.
“너는 고인 물이 아니야! 그 말 한 나무가 어떤 나무야?”
나나는 씩씩대며 도끼눈을 하고 옹달샘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없어.”
“없다고?”
“겨울에 내가 꽁꽁 얼어서 깊이 잠들었는데, 올봄에 깨어나서 보니까 그 나무가 쓰러졌더라고. 아마 겨울에 강풍을 견디지 못한 것 같아. 내 물줄기 아래쪽에….”

대원들이 옹달샘 물줄기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커다란 나무가 뿌리가 반쯤 뽑힌 채로 드러누워 물줄기를 막고 있었습니다.
“흠, 저것부터 치워야겠군.”
꼬미의 말에 옹달샘이 코웃음 쳤습니다.
“저 큰 나무를? 내버려 둬. 아무렴 어때, 어차피 나한테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토리와 바비가 옹달샘을 달랬습니다.
“깊은 산속에 네가 없었다면 동물들이 위험했을 거야. 네가 이 자리에서 계속 샘물을 내어준다면 동물들이 항상 찾아올걸.”
“저 나무가 한 말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너는 우리에게 귀한 물을 주는 샘이고, 파랑새 말대로 강이 될 거야.”
“정말… 그렇게 될까?”
꼬미가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지! 일단은 네 물줄기를 막고 있는 나무부터 시원하게 치워줄게!”
“너희가 어떻게 저 큰 나무를 옮겨?”
“내일까지 기다려보라고.”
꼬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습니다.

# 옹달샘 작전 Ⅱ

나나와 바비가 사랑산 이곳저곳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고문을 붙였습니다. 밤새 옹달샘 이야기가 퍼지고 퍼져서 사랑산 마을 동물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깊은 산속 옹달샘에 몰려왔습니다.
본격적인 옹달샘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두더지들은 아직 땅속에 박힌, 쓰러진 나무의 뿌리를 빼냈고, 길고 튼튼한 다리를 가진 노루들은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려 나무의 무게를 줄였습니다.
이제 나무 기둥을 치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곰들이 몸에 힘을 잔뜩 주고 맨 앞에 나섰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힘을 합쳐서 나무를 밀기로 했습니다. 우렁찬 기합 소리가 사랑산에 울려 퍼졌습니다.
“하나, 둘, 셋! 이야아압!”
“한 번 더!”
“하나, 둘, 셋! 으랏차차!”
모두 온 힘을 다했지만 나무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옹달샘이 울먹였습니다.
“모두들 미안해. 나는 그동안 상처 주는 말만 했는데, 다들 도와주러 오고. 다들 나를 도와주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더 이상 쓸데없이 힘 낭비하지 마. 정말… 미안해.”
옹달샘의 말에 동물들이 하나둘 코를 훌쩍였습니다. 꼬미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닦고는 대장답게 말했습니다.
“아직 힘 다 안 썼어. 우리 사랑산 동물들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여러분! 우리 할 수 있죠?”
“당연하지!”
“한 번 더 밀어보자고!”
큰 동물부터 작은 동물까지 사랑산 온 동물들이 나무에 붙었습니다. 새들도 날개를 푸덕이며 발로 나무를 밀었습니다.
“하나, 둘, 셋! 이야아압!”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드디어 나무가 옆으로 밀려났습니다.
“와아!”
동물들이 다 함께 환호했습니다.
“고마워, 다들 정말 고마워요!”
옹달샘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듯 막혔던 물줄기를 따라 샘물이 흘렀습니다. 그때 뚜가 저 멀리 하늘을 보고 외쳤습니다.
“어, 파랑새가 날아온다!”

# 미스터리 옹달샘

“큼큼! 지금부터 사랑강 꼬마 방범대 회의를 시작하겠다!”
꼬마 방범대는 사랑강 상류에 있는 사랑산에서 시작되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 있는 방범대입니다. 특히 초대 방범대가 해결한 사건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아기 동물들이 꼬마 방범대에 들어가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합니다. 선발된 대원들의 자부심은 아주 대단하지요.
“오늘의 안건은 미스터리 옹달샘이야. 오래된 전설인데 최근 사랑강 마을 동물들 사이에서 다시 화제가 되었대. 그런데 정보가 전혀 없어서 조사가 필요해.”
“사랑강 할머니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이곳에 가장 오래 계셨으니까 잘 아시지 않을까?”
“그거 좋은 생각이로군!”
대원들은 회의를 마치자마자 쪼르르 줄을 지어 강으로 갔습니다. 대장인 뱁새 또또가 사랑강 할머니에게 묻습니다.
“할머니,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혹시 미스터리 옹달샘에 대해 아세요?”
“미스터리 옹달샘?”
“오래전 사랑산에 있던 옹달샘이래요!”
“아하! 그럼, 아주아주 잘 알지. 옹달샘이 궁금하니? 이야기해줄까?”
“네!”
대원들이 강 가까이 모이자 사랑강 할머니가 비밀스럽게 속삭입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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