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는 아빠와 수다도 떨고, 아빠의 응원과 미소를 받으며 학교 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또 30분의 여유를 버리고 지겨운 회사에 일찍 가는 아빠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홍나현! 빨리 안 일어날 거야? 벌써 8시다!”
아침만 되면 우리 집은 시끌벅적했다. 내가 자주 늦잠을 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보다 먼 통학 거리, 늘어난 수업 시간, 난생처음 치르는 시험 등 많은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새 학기의 부지런함은 어디 가고 항상 눈을 뜨면 시계는 8시를 향해 갔다.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고 교복도 차에서 마저 입는 등 등굣길은 전쟁 통 같았다.
“명찰은 챙겼어?”
“교복 넥타이는 어제 아빠가 저기 넣어뒀다.”
엄마 아빠도 나를 챙기느라 바빠졌다. 그래도 나의 사정을 이해하며 걱정해 주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던 언니가 대학교에 갔다. 아빠는 늘어난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야간 일을 병행했다. 저녁 식사 시간에만 잠시 얼굴을 비췄다가 다시 일하러 나갔고, 아침이면 겨우 몸을 일으켜 운전대를 잡았다. 나는 이 상황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늦잠을 자서 지각쟁이가 되어버렸다. 담임 선생님이 내가 오면 반 애들 다 온 거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래놓고 아빠가 하루라도 늦잠을 자면 나는 불같이 화내고 토라졌다. 내가 게으름을 피워 출발이 늦어진 날에도 조급한 마음에 아빠를 탓했다.
“아, 또 늦겠다! 오늘도 늦으면 선생님이 남으라고 하셨단 말이야. 조금만 더 빨리 가면 안 돼요?”
사고가 날까 조심조심 운전하는 아빠에게 나는 아침마다 짜증을 쏟아냈다. 아빠는 나를 혼내기보다 조금 더 노력해보자며 조곤조곤 달랬다.
아빠가 야간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운전하던 아빠가 입을 열었다.
“어제 담임 선생님하고 통화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이야기 했어요?”
“그냥 너 지각이 잦아졌다고 걱정하시더라. 요새 널 너무 못 챙긴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지.”
별일 아니라는 듯한 말투와 다르게 아빠의 얼굴에는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
“아빠가 게을러져서 미안해.”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나오려 했다. 내가 어떻게 하든 아빠는 나를 이해해 줄 거라는 생각에 한없이 투정 부리고 막무가내로 굴었다. 아빠도 아프고 피곤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족을 위해 묵묵히 참고 버티고 있었다. 아빠처럼 나도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다면 그만큼 부지런해졌을 텐데, 후회가 밀려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학교에 도착했다. 정말 오랜만에 진심을 담아 아빠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차 문을 닫았다. 그날 이후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지각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아빠는 여전히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며 달라진 내 모습에 환히 웃어주었다.
아빠는 늘 가족을 위해 산다. 3년 꼬박 아침마다 나의 등교를 책임진 것도 그만큼 나를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자식의 허물을 감싸고, 다 내 탓이라며 조금 더 못 해준 것이 그저 아쉽다는 아빠. 그 사랑은 정말 헤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