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댁에 친척들이 모두 모였다. 우리 가족, 사촌네 가족들이 삼삼오오 도착하니 고요하던 할머니 집이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질 즈음, 할머니와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승희야, 너 문자 보내는 거 잘하냐?”
“당연하죠! 고모가 전에 할머니께 가르쳐드리지 않았어요?”
“아이… 그치. 너희 고모가 일일이 가르쳐줬는데 도통 기억이 안 나더라. 하루 지나면 다 까먹어부러서 못 해먹겠다. 계속 물어보기도 그렇고…. 근데 또 너네한테 연락은 하고 잡응께.”
아차 싶었다. 문자로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방법을 몰라 가족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만 기다리셨을 할머니. 인터넷에서 휴대폰 사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의 사연을 자주 접했으면서, 진작 우리 할머니께 알려드리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종잇장과 펜을 집어 들었다.
“할머니! 제가 다 알려드릴게요.”
할머니 옆에 꼭 붙어 앉아 하나하나 설명해 드렸다. 문자 보낼 사람을 연락처에서 찾는 법부터 키보드에서 자음을 찾는 법, 띄어쓰기와 글자 지우는 법까지. 사소한 것 하나 빼놓지 않았다. 인내가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식과 손주들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답답해하셨을 할머니를 떠올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제 나 혼자 해보마.”
할머니가 시원하게 말씀하셨다. 자신만만한 말투와 달리 키보드를 조심스럽게 누르셨다. 잠시 뒤 내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 안ㄴ녕. 염승희
이 두 단어를 보내기 위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셨다니, 가슴 한구석이 찡했다. 할머니는 마치 날개를 단 듯 아들딸, 손주들 이름을 하나하나 입력창에 적으며 뿌듯해하셨다.
할머니가 문자 보내는 법을 잊어버리셔도 다시 보고 따라 하실 수 있도록 방법을 종이에 차근차근 적었다.
“할머니. 이제 제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안부 문자 드릴 테니까 꼭 답장해 주세요.”
“오냐. 이거 보고 열심히 공부해 보마.”
이날 알았다. 서툰 것은 할머니의 느린 손끝이 아니라 먼저 연락하지 않고 할머니를 기다리게 한 나의 무딘 마음이었다는 걸. 할머니가 기다리시기 전에 자주 연락드려야겠다. 다음에는 이모티콘 보내는 법, 메시지에 하트 누르는 법도 알려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