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교회에서 ‘어머니 사랑의 언어’ 캠페인이 열렸다. 일상에서 따뜻한 말로 사랑·감사·존중·배려를 표현하자는 캠페인이다. 나도 열심히 ‘어머니 사랑의 언어’로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다.
교회 학생부에서 정기적으로 거리정화 활동을 하던 날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만큼 더운 여름이었지만 그럴수록 사랑의 언어로 대화했다. 유독 더워하는 자매님에게 “괜찮아요? 제가 업어줄까요?”라고 유쾌하게 말하자 자매님이 까르르 웃으며 “괜찮아요. 고마워요”라고 사랑의 언어로 화답했다. 우리는 얼음물도 “먼저 드세요” 하며 양보하고, 휴대용 선풍기 한 대로 서로의 땀을 식혀주었다. 깨끗해진 거리만큼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캠페인의 열기는 겨울에도 식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게 대단해요” 하며 서로 엄지를 척 내밀고 기운을 북돋아 줬다. 쓰레기를 줍다가 이웃을 마주치면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어른들은 “이렇게 열심히 봉사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학생들 덕분에 거리가 깨끗하다”고 칭찬했다. 얼어붙은 거리가 어머니 사랑의 언어로 따뜻하게 녹는 것 같았다.
활동을 끝내고 집에 오니 어지럽혀진 내 방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동네를 청소하며 ‘마을을 깨끗하게 해준 학생’이라고 칭찬받았는데 정작 가족들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반성했다.
일단 내 방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방 청소를 끝내자 이번에는 어수선한 거실이 보였다. 엄마는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서둘러 저녁상을 차리고 밤늦게까지 집안일을 한다. 이날만큼은 엄마가 편히 쉬길 바라며 거실부터 화장실까지 청소했다. 귀가한 엄마의 웃음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우아, 무슨 일이야? 집이 너무 깨끗해. 엄마 감동했어. 고마워!”
나는 행복해하는 엄마에게 “이제 제 방은 제가 정리할게요. 집도 종종 치울게요”라고 약속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에 내 얼굴에도 덩달아 웃음꽃이 피었다.
연말에는 학교에서 2주 동안 급식을 나눠주는 배식 봉사를 맡았다. 평소 급식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 기회에 덜어내기로 했다. 봉사 첫날, 급식실 아주머니들께 “안녕하세요. 이번에 배식 봉사를 맡은 학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니 “어머, 인사성이 밝네. 우리도 잘 부탁해” 하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동안 급식을 받을 때 적막한 분위기에 어색했던 기억이 떠올라 배식을 시작하며 “선생님,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해보았다. 이렇게 인사한 적이 없었기에 떨렸지만 일단 말을 뱉으니 상황이 달라졌다. 무표정했던 선생님이 엄마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너무 고맙네. 덕분에 밥을 더 맛있게 먹을 것 같아.”
인사를 듣고 싶어서 일부러 내가 배식하는 줄에 서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학생들에게 인사할 때는 선생님께 인사할 때보다 훨씬 떨렸다. 선생님들은 대꾸라도 해주시는데 학생들한테 배식할 때는 내 인사 외엔 아무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틀, 사흘이 지나자 “감사합니다”, “고마워”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함께 배식 봉사 하는 친구들도 “맛있게 드세요” 하며 인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인사 잘하는 아이들’로 각인됐다. 말 한마디로 다들 활짝 웃는 모습에 정말 뿌듯했다.
봉사 마지막 날, 인사말을 조금 바꿔 “1년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해봤다. 선생님들의 대답은 잊지 못할 만큼 감동이었다.
“너희가 배식 봉사를 하니까 밥이 더 맛있었어. 고마워.”
“어쩜 이렇게 예쁜 행동만 하니. 봉사하느라 수고했어.”
교회, 집, 학교에서 어머니 사랑의 언어를 실천하는 동안 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좋은 말은 또 다른 좋은 말을 낳았고, 언어 습관이 좋게 변할수록 나 자신도 좋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선한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싹튼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어머니 사랑의 언어를 실천하고, 말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행동을 해서 주변에 온기를 감돌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