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지나 짜증이 점점 가라앉았을 때쯤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쩌면 아빠의 코골이는 아빠가 일터에서 온종일 애쓴 흔적이자 힘든 하루를 마치고 쉬는 숨소리일지 모르겠다고요. 수고하고 집에 돌아온 아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하고 짜증을 낸 것이 죄송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마침 그날은 아빠가 할머니 집에서 자고 오는 날이었습니다. 이불에 누우니 방이 텅 빈 듯 허전했습니다. 너무 조용해서 정신이 말똥해지고 무서웠습니다. 오히려 아빠의 코골이를 들으면 안심하고 잘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제가 아빠를 많이 의지해 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고단한 하루를 견뎌낸 아빠 덕분에 무사히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는 사실도요. 아빠의 피로가 잘 풀리도록 이제는 막내딸인 제가 아빠의 힘이 되어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