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이 엄마 아빠에게


저희 가족은 아주 화목했습니다. 아빠와는 말장난을 자주 주고받을 만큼 편하고, 엄마와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왔지요. 주변에서도 “이 집 딸은 사춘기 걱정 없겠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저도 제가 사춘기 없이 무탈하게 지나갈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군요. 저 역시 그 시기를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사춘기를 설명하자면,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집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즐거웠습니다. 엄마 아빠와 대화하는 시간,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은 줄어들었습니다. 반대로 말다툼하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은 잦아졌고요. 불편한 상황이 싫어서 대화를 피하려고 했습니다.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주 가끔은 용기 내어 부모님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엄마는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조언해 주었는데, 제가 기대하던 반응이 아니라서 입을 꾹 다물고 냉랭한 표정으로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동안 부모님은 저의 변화를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날도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했습니다. 결국 엄마가 제게 말했습니다.

“엄마도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야. 그렇게 행동하지 마.”

엄마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내가 엄마를 싫어한다고 오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두려움도 밀려왔습니다.

저는요, 사실 엄마 아빠를 무척 사랑합니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예쁜 옷을 파는 가게를 발견하면 ‘다음에 부모님이랑 함께 와야지’ 하며 가족을 제일 먼저 떠올립니다. 이런 제가 엄마 아빠를 미워하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모든 일에 예민해지고 짜증이 나는 이 시기가 원망스러웠고, 무엇보다 진솔한 대화를 회피하며 부모님께 상처와 걱정을 안겨드린 저 자신이 미웠습니다.

아직도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급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가 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솔직한 제 마음을 어떻게 고백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소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의 진심을 담은 이 글이 엄마 아빠에게 닿길 바라며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차갑게 군 건 절대 엄마 아빠가 미워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몰라요. 후회도 하고요. … 할 말은 정말 많은데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해요. 엄마 아빠, 제가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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